"엄마, 진짜 야구는 언제 해?"
네 살 난 아들이 어린이집 차에서 내리면 매일 묻는 말이다. 아들녀석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망이들고 스윙 연습에 열중한다."엄마, 잘 봐! 양준혁 형 만세타법···"
여섯 살된 딸 영하가 "위풍당당 양준혁"이라고 외치며 아들 녀석의 기분을 맞춰준다. "진짜 양준혁 형 같네!" 이번에는 방망이를 옆구리에 끼우고, 장갑을 만지고, 모자를 고쳐쓰고, 바닥에 방망이를 긋는 폼이 영락없이 박한이 선수다.
10일 오후에도 아들은 "엄마, 진짜 야구 보고싶어!""진짜 야구?"라며 성화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저번처럼 야구장으로 퇴근하라고 해."
딸아이가 전화기를 내밀며 성화다. 대충 저녁거리와 물, 음료수 등을 챙겨서 부랴부랴 엘리베이터를 잡아탄다. 37층에 섰다. 아이들이 동시에 "37번, 임창용!!!" 이라 외친다. 25층에서는 "25번, 배영수!!!" 21층에서는"21번, 오승환!!!"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고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들이 선수들 번호까지 외우냐?"고 신기해하며 물어온다.
"야구장에 자주 가서 그런가봐요!"이 더운 날씨에 야구장까지 걷는 딸 아이와 아들녀석은 "오늘 누가 홈런칠까?"야구 얘기로 즐겁기만 하다.
야구장이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남편과 만나 야구장으로 들어갔다. 아들녀석은 선수들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로 먼저 달려가 앉는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초반부터 삼성의 위기. 선수들 마음처럼 안타까운 기분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삼성은 실점하지 않았고 곧바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얼마 후에는 양팀에서 홈런이 펑펑 터졌다. 더위도 날려버릴만큼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처음 보는 옆자리 사람도 홈런 한방에 친숙하고 반가워진다. 한번 이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다시 올 수 밖에 없는 중독(?)에 빠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야구 선진국의 야구장은 시설이 좋아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 것 같은데, 우리 대구구장은 시설이 낙후되어 조금 아쉽다. 야구장 시설이 좋아지면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도 많아질텐데···
야구장은 우리 가족의 작은 역사다. 결혼전 주요 데이트 장소였고, 딸아이 가져서도 열심히 홈런을 외치며 응원했었고, 야구장에 자주 오려고 야구장 근처로 이사했다. 아이가 둘이 된 지금, 우리 네 가족은 야구장에서 행복을 키워가고 있다.
신정주(35·대구시 북구 칠성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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