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광주 출신 의원들의 부러운 기자회견

10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실. 국회 문화관광위 열린우리당 조배숙(전북 익산을) 위원장을 비롯해 같은 당 양형일(광주 동구)·지병문(광주 남구)·김태홍(광주 북을)·강기정(광주 북갑) 의원 등 광주 출신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국회 기자실에 같은 지역 출신 의원들이 함께 마이크 앞에 서는 풍경은 드물다. 지난해 말 대구·경북 의원들은 정부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한 적이 있다. 통상 지방 출신 의원들의 공동 기자회견은 주로 정치권에 호소 내지 비판적인 내용이 주류였다.

하지만 이날 광주 출신 의원들의 기자회견은 다소 달랐다.

조 위원장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특별회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별법 제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특별회계 설치에 대한 당정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 제정에 급물살을 탈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광주 역사문화도시 사업은 올해에만 문광부 1년 예산의 15%인 2천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여·야가 지역 민심을 고려해 이번 정기국회에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그 동안 광주시 공무원, 지역 국회의원 등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고 했다. 자축의 기자회견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대구·경북 출신인 기자가 보는 느낌은 착잡했다. 지역민들이 몇 달동안 사활을 걸다시피했던 모바일 특구 사업도 4분의 1 수준으로 정부 예산이 줄었고, 대구·경북과 경인으로 사업 지역이 나눠지면서 규모는 더욱 줄어들었다.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사업이었던 만큼 실망도 크게 느끼던 때에 광주 출신 의원들의 자축 기자회견은 부러우면서도 여운이 남았다. 호남의 지역 민심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구·경북의 민심도 민심인데 왜 이렇게 정부와 정치권에 잘 받아들여지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한 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못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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