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방장관 17명이 10일 회동을 갖고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높였다.
이들은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한 것에 자극을 받은 듯 마치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참석 규모도 지난 2일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주재 간담회에 참석했던 13명 외에 유재흥, 이종구, 이병태, 김동신 전 장관 등 4명이 추가됐다.
또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비롯한 9명의 군 원로들도 함께해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모임 시작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 묵념 등을 통해 '비장함'을 내비친 뒤 "한미 연합방위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저의는 미군철수를 겨냥한 북한의 대남공작 차원의 악랄한 흉계에 휘말리는 꼴"이라는 극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김성은 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과의 면담 내용까지 공개하며 한국이 무리하게 전시 작통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포트 전 사령관이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를 누가 먼저 꺼냈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한국 정부가 먼저 꺼냈다. 나에게 그만두라고 하지 말고 윤 장관에게 말해라. 미군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내놓으라고 하는데 만일 우리가 안 주면 한국에 눌러붙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반미세력은 우리를 나쁘다고 말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또 러포트 사령관이 지난해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훈련장이 없어 한국에 오려는 미 공군 전투 조종사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말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 반대 주장에는 전날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역대장관 3, 4명과 만찬한 윤 장관에 대한 얘기도 동원됐다.
김 전 장관은 미국이 전시 작통권 환수시기를 2009년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윤 장관이 2012년까지 환수하는 것으로 대통령에 건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소개했지만 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군에서 판단한 2012년 환수목표를 미측과 계속 협의해 관철시키겠다는 말이 잘못 전달됐다."며 국방부를 통해 말을 바꿨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장관은 "9일 만찬에서 윤 장관이 여러 역대 장관들이 모인 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지난 3일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충격적인 말도 꺼냈지만 이 역시 파장을 일으키자 "윤 장관이 선배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윤 장관을 변호한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일 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는 표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역대 국방장관들이 지난 2일 윤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킨 데 이어 이날 전시 작통권 환수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정식 표명함에 따라 관련 논란에 새로운 '불씨'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이들 역대 장관은 11일 오후에는 성우회 등 보수 안보단체들이 개최하는 서울역 집회에 참석,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역대 국방장관으로서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고 충언해 주는 역할은 국가의 자산이자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장관도 아닌 역대 국방장관들이 지속적으로 특정 안보사안에 대해 집단적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정부에 일종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 오히려 안보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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