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 이용수(78) 정신대 할머니의 집.
카네코 유타(24·히로사키대 농학과 4년) 씨 등 일본에서 건너온 대학생들은 할머니가 아프고 굴곡진 과거를 하나하나 풀어놓자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할머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떨구며 지난 1944년 대만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비참한 성노예로 전락했다 이듬해 귀국, 포장마차.보험판매원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할머니는 아픈 과거를 들춰 죄송하다는 일본 청년들을 오히려 달랬다.
"일본인도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니 학생들이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대신 당신들 같이 젊은 사람들이 과거사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한일 관계도 개선되고 일본의 미래도 밝을 겁니다."
이날 이 할머니집을 찾은 이들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일본의 시민단체 '8·6히로시마대행동실행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오메가메 2006 한일대학생평화모임'에 참가한 30여명 학생들 중 일부.
'오메가메'는 '오고가고'의 경상도 사투리로 쉽게 풀리지 않는 과거사에 대해 한일 대학생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만남과 교류를 지속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 같은 시각 다른 학생들은 위안부 생활을 했던 김순악(78)·이선옥(82)·김분이(78) 할머니의 집에 들렀다.
어릴 때부터 일본의 침략전쟁과 정신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카네코 씨는 "할머니들은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평생을 걸고 싸워오셨네요. 쉽진 않겠지만 일본의 우경화 물결이 할머니들로 인해 돌려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캠프는 9일부터 12일까지. 비슬문화촌(경북 청도군 각북면)에 여장을 푼 참가자들은 위안부 할머니 방문,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등 프로그램을 챙겨가며 정신대 문제를 비롯해 한일간 얼룩진 과거사 문제와 진정한 화해와 협력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우석(28·영남대 정외과 4년) 씨는 "여기 온 일본인들은 다른 일본인들보다 좀 더 깊고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의 목소리가 일본에서도 더 크게 울려 퍼지길 빕니다."며 자신도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가꿔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시민모임 박정희 사무국장은 "이번 캠프를 통해 양국 청년들이 서로 이해하고 과거사를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직도 진전이 없는 정신대 문제 해결에 대한 한일 두 나라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져야 진정한 과거사 정리가 이뤄지고 평화의 씨앗도 뿌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한일 양국이 과거사 해석에 논란이 있으면 한일협정에 따라 분쟁해결위원회를 구성해야 함에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과 함께 지난달 초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 또 이용수 할머니는 이후 매주 수요일 외교통상부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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