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만에 갑자기 물러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청와대 인사 청탁 거절이 경질 사유라고 밝혀 시끄럽다. 청와대는 신문법 관련 직무 회피 때문이라고 반박하나 유 전 차관의 구체성 띤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유 전 차관이 밝힌 대로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인선에 청와대가 압력을 넣고, 뜻을 이루지 못하자 '괘씸죄'로 쫓아냈다면 이 정부의 인사 紊亂(문란)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그러잖아도 임기 후반에 들어 낙하산 인사 물의가 들끓는 상황이고, 유 전 차관만 해도 인사 청탁이 더 있었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유 전 차관의 말대로라면 청와대 참모들의 狐假虎威(호가호위'여우가 범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림)가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차관이 인사 청탁 거절 때문에 민정수석실의 조사까지 받았다니, 지금이 어느 시절인가. 유 전 차관이 인사 압력을 물리치고 아예 아리랑TV 부사장직을 없애자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라고 전화를 했다는 얘기는 귀를 의심하게 한다. 입만 열면 도덕성을 놓고 떠드는 참여정부 386참모들이 고위 관료에 대고 시장 바닥 수준의 협박을 했을까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문화부 내부는 그런 흉흉한 말들로 어수선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에는 증권선물거래소 勞組(노조)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막는 소동이 있었다. 참여정부 들어 정부 산하 기관의 상근직 임원 가운데 낙하산 인사가 모두 325명에 이른다는 집계가 있다. 상당수가 업무도 모르면서 정권의 줄을 잡고 공기업의 기관장,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기업의 경영 실적이 떨어지고, 정권 불만이 쌓이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낙하산이 나쁘다고만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 思考(사고)'가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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