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해수욕장은 물이 좀 차갑지만 주변 경치가 뛰어나고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도 즐길수 있는 색다른 맛이 있다. 해안선을 따라가면 어느 곳 하나 절경이 아닌 곳이 없고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울진에서 시작한 경북 동해안은 포항을 지나 경주에 들어섰다. 경주는 감포읍 오류리에서 양남면 관성리까지 총 연장 33km의 동해 해안선을 끼고 있다.
◇시 경계 마을 사람들=포항 구룡포에서 31번 국도 해안도로를 따라 경주 감포로 간다. 갯바위 위로는 파도가 끝없이 부서지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그 푸른 빛이 하늘과 다름아니다. 자칫 그 경광에 빠져 한 눈을 팔다 사고가 나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빼어난 곳이다.
포항 장기면 두원리에서 약간 커브길을 돌아 나즈막한 고개를 오르는 지점에 참전복 형상을 한 작은 쉼터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경주에 들어선 것이다. 감포 청정연안에서 많이 생산되는 참전복은 맛과 영양이 풍부해 경주시가 참전복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기 위한 형상화 했을 것이다.
감포읍 오류리 연동마을은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포항 장기면 두원리와 갈라진다. 감포읍 주민들은 1937년 인천 다음으로 읍으로 승격해 오랜전통을 가진 항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마을 임일주(65) 씨는 "주민들도 감포읍민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다.
반농 반어업인 임 씨는 논농사는 양식거리로 하고, 바다에서 고기잡이 수입은 생활비로 쓰는데 요즘은 고기가 영 잡히지 않아 "기름값을 빼면 하루 5만 원 벌기도 어렵다."고 했다. 횟집을 하는 임 씨 부인은 "고기도 잘 안잡히고 피서철이 돼도 경기가 나쁜 탓인지 쉴 장소 빌리는 명목으로 회만 조금 사먹고 나머지 음식들은 집에서 준비해 오는 알뜰 피서로 수입이 예전만 영 못하다."고 했다.
◇연동마을에는 염전이 있었다=연동마을에는 8.15 해방 직전까지 염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동을 염동(鹽洞)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이 마을에 염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이 동네에서 없어진 것은 염전밭이고 새로 생긴 것은 감포댐"이라고 했다. 이 동네에서 없어지고 새로 생긴 것이 염전과 감포댐 뿐이랴만은 어르신들에게는 아무래도 아픈 기억인 듯 했다.
이 마을 김억조(85) 할아버지는 "해방 직전에 대구 사람이 면허를 내 염전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음력 3월부터 9월까지 6, 7개월 동안 백사장에 가마를 설치해 놓고서는 바닷물을 물동이로 퍼 물지게로 실어 나른 뒤 가마에 넣고 끓여 소금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모두들 제대로 먹지도 못해 입에 풀칠이라도 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고된 일을 했다."며 "당시 염전일을 하기 위해 감포읍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염전을 오갔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이 동네 사람들은 염전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을 갖고 있어 이야기 하기를 꺼렸다.
이 마을 리장과 농협조합장을 지낸 김달용(69) 씨는 "염전을 하던 대구 사람의 후손이 몇년전에 나타나 염전밭에 지었던 집들이 자신들의 땅을 무단 점용했다며 옮길 것을 요구해 소송이 붙었지. 하지만 당시 돈을 얼마 주고 땅을 사 집을 지었던 사람들이 등기를 하지 않았던 탓에 패소해 지금은 집터를 비워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예전의 염전 자리에는 폐가에서 나온 듯한 건축폐기물이 쌓인 공터로 아직 남아 있다.
◇감포댐=오류 4리 뒷산에 국내 첫 소규모 용수전용댐인 감포댐이 높이 35m, 길이 108m, 저수용량 239만㎥ 규모로 지난 7월 준공됐다. 2002년 착공 5년만에 완공된 이 댐을 건설하는데 소요된 사업비는 국비 249억 원, 지방비 52억 원등 모두 300억 원이다.
감포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상습 가뭄지역으로 조그만 가뭄때도 제한급수와 소방급수를 해야하는 곳이다. 경주시 수도사업소 전진오 담당은 "감포는 용수공급 유역이 좁고, 워낙 강수량이 적은데다 산의 경사가 급해 비가 와도 물이 빨리 바다로 흘러 하천복류수를 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식수댐이 바로 뒤에 있지만 이 물을 이용하지 않고 지하수를 사용중이다.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와 물 공급을 위한 협약이 안된 것이 주 이유지만 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없고 물 값도 싸기 때문이다. 이곳에 가면 바닷가에서 볼 수 없는 전망이 있다. 감포댐 전망대에 오르면 앞쪽으로는 동해바다, 뒤쪽으로는 물을 담고 있는 감포댐과 울창한 숲이 둘러싸고 있어 해돋이와 함께 하면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풍광임이 분명하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