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캉스도 막바지다. 계곡으로, 바다로 향했던 마음도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때. 휴가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작정 남은 휴가를 집에서 답답하게 보내기는 '영 아니올시다'다. 그렇다면 해답은 박물관이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하게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 체험은 또 다른 피서지로 더할 나위 없다.
지난 8일 대구시 황금동 국립대구박물관. 평일인데도 어린이 손을 잡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휴가 기간이라는 이주헌(40·대구시 동구 효목동)씨는 "집에 있기 너무 답답해 시원한 곳을 찾다 박물관에 들렀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지난 주말 거창으로 1박2일 바캉스를 다녀오고선 남은 휴가를 조용하게 보내기 위해서 박물관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실내라 피서도 될 뿐더러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다."며 좋아했다. 부인 이연재(38)씨도 "남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하게 사색도 하고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면서 새삼 느끼는 것도 있다."고 맞장구쳤다.
동해로 바캉스를 떠나기에 앞서 조카들 숙제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는 문부열(34·대구시 서구 평리동)씨는 박물관 내에 볼거리가 많은 사실에 새삼 놀라는 표정이다. 문씨는 "그저 박물관이라고 하면 답답하고 형식적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의외로 유익한 볼거리가 많다."며 "인산인해를 이루며 붐비는 피서지보다 오히려 하루쯤 박물관에서 보내는 바캉스도 편안하고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의 표정도 마냥 즐겁다. 여기저기 콩콩 뛰어다니거나 전시물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가 하면 자기들끼리 온갖 포즈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2층 복도를 쭉 돌아가며 걸려있는 어린이문화재그리기대회 입상전 작품들은 친근해서인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불국토 전시관 앞에는 전래동화를 구연하듯 대형 TV로 상세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다.
이숙연(42·여·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전시물마다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김지현(11·여·대구 이현초등학교 5년)양은 "모형으로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민속실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웃었다.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박물관 1층에 자리한 뮤지엄샵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뮤지엄샵을 운영하는 정선미(38·여)씨는 "요즘은 방학과 휴가철이 겹쳐 평소 주말보다 더 매출이 많다."고 전했다.
김요한 대구박물관 관리계장은 "박물관 내에서 사회교육프로그램이나 문화행사도 많이 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냉방이 잘 되어 있어 관람 이외에 쉬려고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김 관리계장은 "올 10월에 사회교육관이 개관하면 박물관 대학, 어린이 체험학습, 어린이 도서관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딱딱한 박물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도심 속 가족들의 휴식처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립대구박물관(http://daegu.museum.go.kr/). 053)768-6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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