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시민들의 승리'…타결 배경과 전망은?

'포항시민들의 승리였다'

포항시민들은 12일 오전 포항건설노조 임단협 잠정합의 소식을 일제히 반겼다. 포항시민들에게 건설노조 파업사태는 올여름 푹푹 찌는 더위보다 더 짜증나게 했던 사안. 따라서 임단협 타결소식은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준 청량제였다. 무려 44일간의 장기 파업에다 초유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는 포항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타결배경

노사 양측 모두 시민들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았다. 사태초기에는 관망하던 시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시가지가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극심한 체증을 빚은 데다 기대했던 여름 피서 경기마저 실종되자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시위현장에까지 나가 집회 참가자와 경찰에게 "모두 포항에서 떠나라."며 격하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건설노조로서는 우군이어야 할 시민들의 외면과 질타가 큰 부담이 됐고, 내부적으로 조기 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사측도 시민들로부터 '좀 더 양보하라'는 요구를 적잖게 받았었다. 포항지역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시간이 더 지나면 포항이 무너진다'며 조기 타결을 재촉했다. 노사 양측은 결국 시민들에 의해 궁지로 내몰렸고 11일 밤부터 시작된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 합의, 12일 새벽 아침잠을 깬 시민들에게 그동안의 성원에 화답했다.

◆건설노조 일부 성과, 그러나 타격도

쟁점이 돼 온 토요유급제는 반영시키지 못했으나 임금 5.2% 인상과 재하청금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등 노조가 요구해 온 사안들이 상당부분 수용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 본사 점거와 같은 강경 행위로 정당성 상실 등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도부 등 노조원 58명이 구속된 데다 집회 과정에서 동료 노조원 하중근 씨가 사망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파업도시 포항'이라는 오명을 남겼다는 부분에서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한편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큰집'인 포항에서의 임단협안을 따르겠다며 그동안 파업 대신 작업을 해 '손 안대고 코 푼' 소득을 거둬 만신창이가 된 포항과 대조를 보였다.

◆포스코도 변해야

이번 건설노조 파업으로 제철소 내 34개 현장 공사가 중단된데다 대외신인도 하락 등 3천여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사태에 대해 거듭 어떤 식으로든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잠정합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포스코 본사 점거로 인한 보수비 등 직접피해액 25여억 원에 대해서는 지도부 등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도부 등 시위에 강경 참여한 노조원 경우 포스코 내 출입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스코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 문제를 점검, 대책을 새워야 한다는 여론이 적잖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년 되풀이하다시피 하는 이 문제에 대해 세계적 기업 포스코가 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모 건설업자는 "시청에서 발주한 공사에 대해 근로자들이 시청으로 찾아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시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면서 포스코도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남아

임단협은 일단 타결됐지만 파업 과정에서 빚어졌던 불상사로 현재 노조원 58명이 구속돼 있는 데다 하중근 씨 사망까지 겹쳐 있어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노조 측은 그동안 집회 등을 통해 구속자 전원 석방과 하중근 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노조 측은 "정부가 당초 선처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노조원을 대거 구속했다. 앞에서는 회유하고 뒤에서는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했다. 또 숨진 하중근 씨에 대한 부검결과가 발표됐지만 사인을 놓고 경찰과 노조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경찰과 노조 측은 당시 상황과 각종 자료 등을 토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아닌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태는 또 한번 소용돌이 칠 것으로 우려돼 또 다른 분규 가능성도 남아있다.

포항 최윤채·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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