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대관이 광복절에 보신각 타종하는 사연

독립운동가 송영근 선생의 손자로 초대돼

트로트 가수 송대관(60)이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자격으로 15일 광복 61주년 기념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석한다.

그는 1919년 3월16일 전라북도 정읍군(현 정읍시) 태인면에서 장날을 이용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 수천장을 등사해 장꾼들에게 나눠주는 등 독립운동에 힘쓴 독립운동가 송영근 선생의 손자다.

송대관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송영근 선생에 대한 얘기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내가 아닌 조상이 하신 일인데 인터뷰하기 쑥스럽다"며 운을 뗀 그는 세월에 묻힌 할아버지 얘기를 소상히 밝혔다. "아버지가 세 살 때쯤 돌아가셔서 부친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그는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고모로부터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제 본적이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흥리 1번지예요. 태인면에 가면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을 기리는 3·1탑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그 일대 독립운동을 주도하셔서 탑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자수성가하신 제 증조할아버지는 만석꾼으로 금광을 운영하셨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부자가 독립투사에게 활동자금을 대주는 등 꽤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어 그는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부자는 당시 의식이 깨어 있는 지식인층이셨다"며 "독립운동한 사실이 발각돼 일제시대를 거치며 금광과 땅을 모두 빼앗기셨다. 할아버지는 군산형무소에서 투옥돼 고초를 겪으셨고, 출소하신 지 몇 달 안돼 돌아가셨다. 세월이 흘러서야 할아버지는 역대 대통령으로부터 여러번 상도 받으셨다"고 덧붙였다.

만석꾼 집안 출신이었지만 송대관은 일제시대를 거치며 집안의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의 이른 사망으로 힘든 생활을 겪었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거지왕자'라고 표현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무작정 상경해서 가수가 되기 위해 고생 참 많이 했습니다. '해뜰날'로 가수왕 됐을 때도 그토록 먹고 싶은 달걀을 못 먹고 자랐다는 얘기에 눈물바다가 된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안 사정을 모르니 가난한 농민의 자식이 출세한 줄로만 알았을 겁니다."

송대관은 고향에서 열리는 3·1절 행사에 몇 번 참석하면서 올해 서울시로부터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조상이 하신 일이란 생각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번 광복절에 재차 제의를 받았을 때 참석을 결정하게 된 건 두 아들 덕택. 이제 장성해 결혼할 나이가 된,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 둘에게 훌륭한 조상을 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한 날도 이날 새벽 두 아들을 만나고 미국에서 막 귀국한 길이었다.

그는 "그간 형제들, 사촌들에게도 누가 되게 살았다"며 "내가 매번 방송 등에서 불쌍하게 산 얘기를 하니까 형제, 사촌들이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다고 하더라. 조상들이 일군 과업을 통해 이번 기회에 형제, 사촌들의 명예도 회복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송대관을 비롯해 보신각 타종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충용 종로구청장, 영화감독 임권택, '독도는 우리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 등 각계 인사 총 12명이 참석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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