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초고난이도 언어

애초에 지구상의 사람들은 하나의 언어만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만이 지나쳐 하느님에게 대적하려는 사람들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다 하느님이 탑을 무너뜨리면서 언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성서의 이른바 '바벨탑 사건'이다. 콜데바이라는 독일인이 1913년 바빌론 유적 발굴 중 바벨탑으로 보이는 유적을 찾아내기도 했다. '바벨탑'은 인간의 어리석은 계획을 의미하지만 그 밑바닥엔 하나였을지도 모를 원초적 언어에 대한 鄕愁(향수)도 깔려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어를 중국어'일본어'아랍어와 함께 가장 난이도가 높은 외국어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이 최근 발표한 '국무부 직원의 외국어 직무수행 평가서'에 이 4개 언어를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superhard language)'로 묶은 것이다. 69개 언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세계어', '어려운 언어'그 외 '기타 언어' 등 4가지 단계 중 超高難易度(초고난이도) 언어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묘하게도 4개 중 3개가 아시아 漢字(한자) 문화권의 언어다. 이 중 한국어'일본어는 우랄-알타이 語族(어족)에 교착어(첨가어)라는 공통 분모로 서로에겐 가장 쉬운 외국어지만 서양 사람들에겐 몹시 어려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자 사용, 복잡한 敬語體(경어체)…. 특히 한국어 경우 저마다의 감정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형용사, 수많은 同音異義(동음이의) 등 우리에게 조차 어렵다.

○…세계적으로 중국어 열풍이 불고 있지만 비한자문화권에선 이 역시 공포의 외국어다. 그림이나 마찬가지인 한자는 차치하고라도 쉽지 않은 발음과 복잡한 聲調(성조) 등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아랍의 楔形(설형)문자 또한 복잡, 난해한데다 쓰는 방식마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도록 돼 있어 골머리 아프게 한다.

○…아무리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이고 영어가 전 지구촌의 필수 언어화되고 있지만 영어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국제 사회의 현실이다. GAO의 조사 결과는 국무부 해외 근무자의 약 30%가 현지어 구사 능력이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자부심이 지나친 탓인가. 세계 각국을 향한 능숙한 현지어 구사 능력이 무한경쟁시대에 또 하나의 尖兵(첨병)임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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