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플라이 대디'는 한 소심한 중년 가장의 통쾌한 복수를 다루고 있다.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속 아버지는 또래들에게 무참히 폭행을 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법' 이라는 타의(他意)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권투장갑을 끼고 똥배를 단련하며 눈물나는 특훈을 받는다. 이윽고 아버지는 '응징'을 좇는 과정에서 젊은 날의 용기를 되찾는다. 일종의 어른용 성장동화인 셈이다.
우리는 길지 않은 인생에서 다양한 폭력과 마주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유년기도 그리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유도 없이 못 살게 구는 녀석이 있었고 반 전체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녀석도 있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 같은 인물이 하나 씩은 있지 않았는가. 폭력은 어른이 돼서도 여러 얼굴로 불쑥 다가온다. 우리는 그런 폭력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했던가.
최근 출판된 박관희 동화집 '힘을, 보여주마'(창비 펴냄)는 이런 맥락에서 읽기를 권할 만한 성장동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어린 주인공은 폭력 앞에 무릎꿇지 않는다.
책은 주인공인 동선이와 장애를 가진 차석이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동선이는 같은 학교 의한이 패거리가 차석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한번 맞섰다가 무참하게 져 버린다. 미안한 마음에 차석이를 볼 면목이 없다. 하지만 둘은 우연히 하굣길에 다시 의한이 패거리와 만나게 되고, 동선이는 힘으로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자존심과 오기다.
이런 동선이에게 질려 버린 패거리들은 줄행랑을 친다. 동선이는 그 뒤통수에 대고 "까불지 말란 말야!"라며 호통을 친다. 소년은 그 순간 자의식을 획득한다. 초등학교 5학년생에서 용기있는 '어른'으로 가는 첫 발을 뗀 것이다.
이 책은 위기철의 소설 '아홉살 인생'과 상통하는 면이 많다.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의 인생과 주변 세상이야기를 우화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표제작 외에도 '지독하게 운이 좋은 아이'와 학교 내 집단 따돌림 문제를 다룬 '다복이가 왔다' 등 7편을 묶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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