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를 똑똑하게)말은 곧 겨레의 힘

"말은 나를 있게 해 주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인격과 교양을 형성시킵니다. 무엇보다 남과 주고받는 가운데 힘이 생겨서 말이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임지룡 경북대 교수는 "말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사회에 힘 있는 말이 돌면 활기 있고 건강한 사회가 되지만 저주스런 말, 나쁜 말이 돌면 무기력하고 나약한 사회가 된다."며 "개인과 집단, 나아가 겨레의 힘까지 좌우하는 것이 말"이라고 했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말을 철저히 관리해 민족을 단결시키고 세계에 전파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말 연구가 앞서 있는 편. 임 교수는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무한 경쟁 속에서는 언어 전쟁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우리나라 국력이 세계 8위이고 언어지배력은 13위나 되지만 국민들의 의식과 관심은 대단히 낮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학교 교육에서 우리말의 소중함과 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우리말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언제 어디서나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휘력과 표현력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무엇보다 체험이 가장 좋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말들을 많이 듣는 환경을 접하게 되면 말의 힘은 자연히 늘게 돼 있습니다. 독서를 통한 간접체험도 중요합니다. 알고 있는 어휘의 수와 자신의 세계의 넓이는 비례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말 공부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이 요즘 고심하는 글쓰기에서도 말의 힘은 그대로 나타난다. 주제에 대한 생각이 정리돼 있으면 짧은 시간에도 글이 술술 풀리는데, 자신의 생각과 개념을 나타내는 1차적인 단위가 바로 어휘이기 때문. 천 개의 어휘를 아는 학생과 만 개의 어휘를 아는 학생이 보이는 글솜씨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글을 잘 쓰는 데는 무슨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생각을 키우고 경험을 넓히고 말의 힘을 기르면 자연스레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며 "한 사람의 수준은 그가 쓰는 말과 글의 수준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유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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