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무더위에 지친 개구리 소리와 천정 에어컨 소리가 어우러진 교정. 사방은 칠흑처럼 어두운데 컴퓨터를 바라보는 눈은 오히려 형형하게 빛난다. 달성군 구지면 창리 324, 대곡지구서 40분 거리에 있는 달성정보고등학교.
9월 19일부터 26일까지 경남 창원 일원에서 개최될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에 몰두한 두 학생. 웹-디자인, 정보기술 직종의 명장(名匠)을 꿈꾸며, 하늘의 별과 어둠 속 풀벌레 소리를 친구 삼아 방학 내내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대구시 대표 선수 중 학생은 89명, 31개 직종에서 일반인들과 경쟁하여 당당히 대표로 선발되었다. 선수들이 소속된 18개 학교의 연습실에는 비치파라솔도 고무보트도 없다. 다만 캐드, 매카트로닉스 등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직종(職種)에서 최고의 명장(名匠)이 되기 위한 각오와 다짐과 실천이 있을 뿐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대구 학생들이 거둔 성적은 아주 좋다. 금메달 수 전국 1위, 점수로 환산해도 전국 2위. 이들은 학교와 지역의 명예를 빛낸 산업 영재들이다. 무엇보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소질과 적성'을 누구보다 잘 살리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도 수학·과학 영재, 예술 영재, 체육 영재와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대우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은 미미하다. 구인난(求人難)과 구직난(求職難)이 공존하는 현실, 학력 인플레가 만연하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세상에서 성적만을 잣대로 가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엔진만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없듯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 여러 구성원이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
따라서, 중학교 과정에서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 정치(定置)를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실업계 고교생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도 노력해야 한다. 동일계 진학, 산업체 특별 전형 등 대학문을 넓히고, 병역 특례 인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고급 기능인이 사장되지 않도록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이자. 그리고 큰 박수를 보내자.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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