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중심 '전가구 태극기 달기운동' 확산

"애국심도 고취하고 주민단합에도 그만이죠"

"태극기 사랑이 나라 사랑의 씨앗이죠."

광복절인 15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화성타운 1차 아파트. 각 가구 발코니에 하나, 둘씩 태극기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국경일이면 의례 볼수 있던 풍경.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태극기의 물결이 5개동 281가구 전체를 뒤덮으며 일대 장관을 이뤘다. "멋지다"를 연발하던 전영수(51) 아파트 주민자치회장은 "광복절을 공휴일로만 생각하는 게 요즘 세태라지만 이렇게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새롭다."고 다소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국경일이면 '가뭄에 콩 나듯' 내걸리던 태극기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올들어 대구·경북지역 일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전 세대 태극기 달기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

화성타운 1차 아파트는 전 회장이 지난 달 '아파트 전 세대에 태극기를 걸자'며 동대표 회의에서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태극기를 통해 희미해진 애국심도 되살리고 아파트 주민들의 단합도 꾀해보자는 뜻에서다.

전 회장은 이날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극기 공동구매와 '태극기 달기' 등 홍보물 부착, 단지 내 방송 등 홍보 활동을 열심히 펼쳤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을 보니 정말 감개무량하네요."

또 대구 남구 봉덕2동 효성타운 주민들도 광복절을 맞아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였다. 결과는 1천162세대에 이르는 대단지임에도 거의 모든 집에서 태극기가 펄럭였다.

여기엔 아파트 주민이자 6·25 전쟁 참전용사인 정휘진(70) 씨의 공이 컸다. 사비를 털어 870개의 태극기를 구입, 이날 오전 6시부터 무료로 각 가정에 나눠준 것. 정 씨는 "미처 달지 않은 가정을 찾아다니며 태극기를 달아줬다."며 "나라 사랑에 태극기만한 것이 어디 있냐."며 겸손해 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삼주아파트 435세대에도 태극기가 촘촘하게 걸렸다. 특히 이 곳 주민들은 폐지·폐품수집으로 모은 부녀회 자금과 아파트 관리기금을 이용, 개당 3천500원 씩 태극기를 구입해 나눠줬다. 성산리의 문병의(44) 이장은 "태극기 달기의 취지를 이해한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며 "애국심은 작은 국기 사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경북 경산시 백천동 백천부영초록아파트 경우 통장과 새마을부녀회가 아파트에서 수집한 재활용품 판매수익금으로 태극기 900개를 구입, 872 전가구에 무료로 나눠줘 이날 한 곳도 빠짐없이 국기달기에 동참, 태극기 물결로 넘쳤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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