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마스터 키

일류 학벌과 존경받을 만한 사회적 지위, 거기다 평생 여유로운 생활이 보장되는 사위를 맞으려면 신부 부모가 최소한 '열쇠' 몇 개는 준비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물론 이런 세태에 초연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다. 누구라도 탐낼 만한 참한 신랑감에는 흔히'열쇠꾸러미'가 오가는 게 세상 풍조다. 일등 사위에게 까짓 열쇠 몇 개 준들 뭐가 아까우랴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사위가 딸을 행복의 문으로 인도할 열쇠인데 싶어서다.

여자의 인생이 20대에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한 책에서 저자는'우아한 여자의 일생을 보내고 싶다면 20대를 이렇게 보내라'며 몇 가지를 조언한다. 그중 하나가'미모는 인생의 마스터 키'라는 것. 대개의 남자들이 신부감을 찾을 때 '용모'부터 운운하는 현실을 두고 보면 아닌 게 아니라 예쁜 얼굴이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하는 열쇠로 여겨질만도 하다. 뛰어난 미모의 여배우나 스타 못지않은 인기의 전문직 여성들이 재벌가 남자와 결혼, 신데렐라가 되는 일이 적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미모'가 인생의 어떤 문도 활짝 열어젖힐 듯한 마스터 키(master key) 같기도 하다.

그러나 화려뻑적지근한 결혼식으로 부러움을 한몸에 샀던 그네들 중 몇 년 안가'돌싱(돌아온 싱글)'처지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않다. 미모가 절대적인 마스터 키는 아닌 모양이다.

최근 수천만 원대의 가짜 스위스 名品(명품) 시계 사건으로 시끄럽더니 이번엔 또 가짜 이태리 명품 시계다. 3백만원에서 1천4백만 원까지 하는 시계가 불과 20분 만에 30개나 팔렸다니 입이 벌어질 만하다. 高價(고가)의 명품으로 알려진 가구와 장신구 등에도 가짜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어느새 우리 일상에 명품이 하나의 트렌드(trend)로 자리잡고 있다. 값비싼 명품이 여의찮으면 중저가의 準名品(준명품), 그것도 힘겨우면 짝퉁이라도 한두 개쯤은 갖고 싶어한다. 그것들이 우리 구차한 삶의 표피나마 업그레이드시켜 줄 마스터 키로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행복은 명품순도 아니다. 성공과 행복의 문을 여는 마스터 키, 그건 바로 우리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 아닐는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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