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45) 씨는 올초 대구 북구청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북구 조야교 지하차도를 지나던 중 자신의 냉동탑차 적재함이 터널 천장에 걸려 차가 부서졌다는 이유. 높이 제한 표지를 보지 못하고 진입했다가 사고가 났으니 표지판을 눈에 잘 띄지 않도록 관리한 북구청이 책임을 지라는 것. 이 소송은 현재 1심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 2월엔 한 중학생의 학부모가 수성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학생이 공사 현장에서 배출된 지하수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것이 학부모 주장. 학부모 측은 "행정기관이 현장 관리를 제대로 못했으니 책임을 져라"며 소송을 냈다.
행정기관과 개인 간의 민사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접수된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 민사소송, 국가 소송은 민사소송 72건(9%)을 포함, 748건에 이르는데 특히 민사소송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구청 관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소송관련 정보를 얻은 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소장을 작성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인구 유입이 많고 개발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소송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권리의식이 크게 높아진데다 행정기관의 부실행정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풍토를 소송 급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로나 하수도와 같은 공공시설이 사유지를 차지하고 있을 경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나 토지 사용료 청구 소송 등을 제기, 재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를 증명하듯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은 민사소송 72건 중 20건으로 가장 많은 25%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구 동구 방촌동의 한 주민은 자신의 땅 220평이 도로로 사용됐다며 3천만 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냈고 중구의 경우 올해 접수된 4건의 민사 소송 가운데 3건이 개인 토지를 도로나 하수도로 사용한데 대한 부당 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었다.
행정기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손해를 봤다는 주민들도 적잖다. 수성구의 한 주민은 지난해 1월 차도와 인도의 경계석을 낮추기 위해 구청에 처리 비용을 내고 가로수를 제거와 하수도 공사를 했지만 다시 구청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자 비용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남구의 한 주민은 골프연습장을 만들기 위해 9억 원에 수성구 파동의 임야를 사들였다가 문화재보호지정구역으로 돼 있음을 뒤늦게 확인한 후에야 입찰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대구의 한 구청관계자는 "대부분 소액인데다 행정기관 상대 소송에서 승소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행정 기관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주민들 감시 눈초리가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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