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매미

여름 곤충을 대표하는 게 매미라는 말을 실감하는 즈음이다. 도심에서도 그렇지만 산에선 더욱 그러해서 온 천지가 매미 세상인 듯하다. 사람이 만든 단위로 과연 지금 한반도에서 울어대는 매미의 숫자를 제대로 헤아릴까 싶을 때도 있다.

○…전 세계에서 보고된 매미는 2천여 종이고, 우리나라에는 15종 정도가 관측된다는 안내 글을 본 적 있다. 요란스러움으로 숫자 많음을 알게 하나 정작엔 수컷만 울 뿐 암놈은 '벙어리 매미'라 했다. 대체로는 여름에 주로 울지만 일찌감치 5월 하순쯤 나타나거나 늦여름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놈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나무에 붙어 살지만 풀밭에 사는 별종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풀매미는 우는 소리 또한 메뚜기나 베짱이류와 닮아 구분하기 쉽잖고 몸 색깔도 풀빛이라니, 아예 본적을 바꾸려는지 모를 일이다.

○…매미는 여름철 어린이들의 오랜 친구 역할을 해 온 곤충이다. 그걸 잡으러 다니는 게 하루의 놀이이던 때가 있었고, 필수적인 방학 숙제가 매미 잡기였던 적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 후 사정이 달라지더니, 이미 매미소리는 騷音(소음)으로 지탄받기까지 한다고 했다. 주거지 야간 소음 규제치 40dB의 두 배나 되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미는 옛 그대로일 터인데, 아마 사람 마음이 변한 탓이리라.

○…매미를 둘러싸고 만들어진 말들 중에는 '螳螂窺蟬(당랑규선)'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중국 춘추시대 吳(오) 나라 왕 夫差(부차)가 자만에 빠져 越(월)나라에서 보내 준 미인 西施(서시)와 유락에 탐닉했다. 중신들이 말려도 막무가내이자 태자 友(우)가 간했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미가 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보니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홀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사마귀를 먹으려고 노렸습니다…". 사마귀(螳螂)가 매미(蟬)를 노린다(窺)는 말은, 작은 것을 노리다 큰 것을 잃는다는 '小貪大失(소탐대실)'과 유사한 뜻으로도 쓰인다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이니 헌법재판소장 임명이니 하는 등등의 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놀음들이 자꾸 당랑규선을 떠올리게 한다. 몇몇 집단들이 제 주장에 빠져 나대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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