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베 장관, 고이즈미 전철 안 밟아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8'15 야스쿠니 神社(신사) 참배는 분노와 허탈감을 금치 못하게 하며, 韓日(한일) 양국 관계의 장래를 심히 우려하게 한다. 9월 퇴임을 앞두고 막판에 숨겨 뒀던 칼을 휘두른 꼴이지만, '잘못된 자기과시'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여러 차례 강도 높게 이번 참배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의 우려와 경고도 어느 때보다도 거셌다. 일본 국내 여론 역시 反對論(반대론)이 우세했다. 5년 전 자민당 총재 경선 당시 공약이었으나, 자신이 말했던 '韓中(한중)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은 빈말이었으며, 무참하게 찬물을 끼얹은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더구나 '언제 참배하더라도 비판과 반발이 변함없으니 오늘(8월 15일)이 적절한 날'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니 기가 찬다.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가 8'15 참배를 강행한 적이 있다. 이번 참배는 21년 만에 현직 총리의 '妄發(망발)'인 셈이나, 나카소네조차 이내 그런 고집을 꺾지 않았던가.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이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여섯 차례나 참배했다. 올해는 극단적인 길을 택해 주변 나라의 상처를 들쑤시고 말았다. '소신이며, 개인의 자유'라는 궤변을 거듭했지만 그는 분명 일국의 총리다. 그래서 그의 후임자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입지를 구축해주기 위한 '惡役(악역) 자처'라든가, 일본의 右傾化(우경화) 기류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곧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게 된다. 앞으로 문제는 후임자로 확실시되는 아베 장관이다. 그도 지난 4월 은밀하게 참배한 바 있지만, 東北亞(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일본의 인상을 크게 그르친 고이즈미 총리의 前轍(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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