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日정상 야스쿠니 넘어 연내 회담 가능할까

"차기 총리, 신사 참배않고 전향적 자세 보이면 가능"

다음 달 일본의 새 총리 선출을 앞두고 단절된 한일 정상외교가 복원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5일 한일 정상외교 단절의 직접적 원인이 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끝내 강행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퇴임을 한달 앞둔 그의 행보보다는 9월 선출될 차기 총리가 야스쿠니 문제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또 그에 따라 한-일 정상외교가 복원될 지 여부가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16일 일본 정부가 다음달 '차기 정권' 발족 후 한국.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연내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 일본 내에서도 한.중과의 정상외교 복원이 이슈가 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과의 정상외교 복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사실상 정상회담을 중단해오고 있지만 최근 차기 총리 취임 후에는 관계를 개선해 보자는 메시지를 몇차례에 걸쳐 '은근하게' 전했다.

이달 8~9일 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 조문차 일본을 방문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만나 야스쿠니 관련 메시지를 전한 것도 현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기 보다는 '포스트 고이즈미'로 유력한 아베 장관을 향한 것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단행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은 채 야스쿠니 참배와 독도.교과서.위안부 문제 등 4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만촉구한 것은 다분히 새 총리가 될 인물에게 관계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정부는 일본과의 정상회담 복원을 위한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지만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4개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따라 성사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정상외교가 동결된 계기가 지난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였던 만큼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새 총리의 전향적 태도가 전제된다면 연내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일본이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새 총리가 취임 후 참배를 하지 않고 참배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정상회담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신임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장관은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인물"이라며 "그가 야스쿠니 참배 지지자로 분류되긴 하지만 A급 전범들을 분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만큼 분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경우 우리로서도 그것을 근거로 정상회담 복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현재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 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조직화돼 있다"면서 "한.중 등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도 야스쿠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새 총리가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신임 총리로 유력한 아베 장관이 향후 본격 선거전이 전개될 때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찬성하는 지지세력의 표심을 붙들기 위해 전임자 처럼 참배를 하겠다는 쪽의 공약을 내 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차기 일본 총리가 신사 참배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실행할 경우 정상외교는 불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서주석(徐柱錫)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아베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취임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한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고 윤병세(尹炳世)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일본 차기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신사참배 문제는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 복원의 또 다른 변수로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해양경계 관련 갈등을 들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양측이 EEZ 경계획정 협상을 6년만에 재개한 상태지만 독도 주변의 해양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일본이 올 4월 우리 측 EEZ에서의 해양조사를 추진할 때와 같은 험악한 상황이 발생, 한일 정상외교 복원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보인다.

현재 외교가에서는 올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양국간 정상외교 복원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전에 전격적으로 양국간 중단됐던 셔틀외교가 복원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 전 단계로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만나는 모양새를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서주석 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방송에서 '9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고려중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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