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영화 '아스라이' 찍는 김삼력 감독

"대구에서 영화를 많이 찍어 지역 영화제작 문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실험적인 영화로 말이죠."

김삼력(27)감독은 영화 토양이 척박한 대구에 이단아같은 존재다. 카메라 하나 들고 영화를 찍은지 9년, 김씨의 작품은 국내외 45개 영화제에서 23차례나 수상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큰 일을 냈다. 경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 영상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중인 김씨가 영화 제작사 싸이더스FNH와 공동으로 HD장편영화를 제작하게 된 것. 그가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돼 이번에 장편영화로 만들어낼 영화 '아스라이'는 그의 자전적 영화다.

"한마디로 영화를 하는 가난한 20대 청년의 이야기예요.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사실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시기가 20대죠. 영화하느라 추운 사람들, 그런 이야기예요. 제 얘기죠."

화려한 수상경력과는 달리 주변에서 그의 영화에 대한 반응은 아직도 냉담하기만 하단다. '니가 무슨 영화를 한다고', '그게 무슨 영화냐'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단 한명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영화 얘기만 꺼내도 '밥상이 날아갈 정도'로 반대하셨다. 요즘은 '안하면 안되겠냐'고 표현이 완곡해졌을 뿐 반대는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돈, 장비, 인력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화하기란 외로운 일. 그는 이번 작품 '아스라이'에 이런 고민을 녹여낼 예정이다. 대구단편영화제와 시청, 아양교, 신천강변 등 눈에 익은 풍경들과 함께. 영화는 내년 상반기 전국 20여개관에서 상영될 전망이다.

그의 대구 사랑은 유별나다. 지역에 영상관련 대학원이 없어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공부만 끝나면 다시 대구로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대학원 재학 중에 찍은 영화들도 대구, 경주 로케이션을 고집했다.

영화관련 대부분의 인력과 장비가 모여있는 충무로를 벗어나 굳이 대구에서 영화를 찍으려는 이유가 뭘까. "공부 할수록 영화제작까지 중앙집중화된 현실이 못마땅해요. 영화에도 지역적 다양성이 담겨야지요." 그의 고집은 어쩌면 영상위원회 조차 없는 척박한 지역 현실에 대한 지독한 반항으로도 읽힌다.

김씨의 영화사랑은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시작됐다. 1998년, 디지털 영화가 서서히 붐을 일으킬 즈음 우연찮게 영화에 눈뜨게 된 것. 그 후 지금까지 '헤어지는 길에', '너의 하늘을 보아' 등 26편의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연출 및 기획을 맡았다. 그래도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만든 단편영화들은 EBS 등 공중파 방송국에 판권이 팔렸고 각종 영화제에서 받은 상금으로 근근이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영화적이지 않고 극적이지 않은 화면이 불러일으키는 감성이 독특한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도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는 우리나라의 영화 미래를 좌우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독일, 프랑스 등 영화산업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큰 나라들도 자국 영화비율이 10%도 안됩니다. 아마 스크린 쿼터가 축소된 상태로 계속 간다면 우리 영화는 급붕괴될 겁니다."

아직 20대, 도발적인 주제를 내놓으리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의 다음 영화주제는 '가족'. 근원으로 돌아간 듯하다.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세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가족은 여전히 존재하잖아요. '가족은 이래서 존재한다' 식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 한국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꿈꾸는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앞으로도 대구에서 독립장편영화를 찍을 겁니다. 상업영화로는 하고픈 얘기를 온전히 할 수 없거든요. 대구를 배경으로 한 실험적인 영화를 기대해주세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김영욱기자 mirag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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