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⑥오염의 폐광산

'오염의 땅'이었다. 강원도 태백, 경북 봉화, 경북 달성 등 폐광지역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중금속이 함유된 갱내수(坑內水)는 하천을 벌겋게 물들인채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강은 오염덩어리를 여과시킬 여력도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마구 산을 파고 광물을 파헤친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염된 최상류=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소롯골 골짜기에 가면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과 맞닥뜨린다. 3.5km에 이르는 골짜기 하천에는 붉으스름한 물과 쌀 뜨물 같은 뿌연 물이 마치 경쟁하듯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붉으스름한 물은 갱내수로 인해 황갈색(Yellowboy 현상)으로 변한 바위 위를 흘러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뿌연 물은 갱내수가 산화되면서 연마재로 쓰이는 알루미나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동해탄좌 갱구에서는 붉은 색깔의 물이 끊임없이 솟아났고 그 아래 탄광 지하층으로 추정되는 산 옆구리에서는 뿌연 물이 꽐꽐 쏟아지고 있었다. 하루 수백t 이상의 오염된 물이 아래 소도천을 통해 낙동강 본류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 물은 철의 최고함량이 147mg/ℓ(먹는물 기준 0.3mg/ℓ),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알루미늄의 최고함량은 46mg/ℓ(먹는물 기준 0.2mg/ℓ)로 각각 조사됐다.

학술조사팀의 이진국(경동정보대·지질학)교수는 "이는 탄광지역에 대거 분포된 황철석이 탄광개발 등으로 급속하게 산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이 물은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의 소지광산, 봉성면의 진곡광산은 다량의 폐석이 그대로 방치돼 주변 농경지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봉성면의 금봉광산, 비전광산은 갱구 주변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달성폐광산은?=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의 달성광산은 한때 중석 단일 광물로 세계생산량 3위까지 치지했던 유명한 광산이다. 지난 74년 폐광된 이후 30년 넘게 신천의 주 오염원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달성폐광산도 여느 광산과 마찬가지로 황철석과 같은 다량의 황화철광물을 함유해 하천 주변을 황갈색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달성광산은 지하 260m까지 채굴을 한 탓에 마치 개미굴을 연상시키듯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1990년대 초반 지반이 함몰됐으며 앞으로 언제 광산이 함몰될 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 있다. 한 전문가는 "갱내에 물이 가득 차 있어 약간의 충격만 받아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사를 위해 갱내에 들어가려는 전문가도 없다"고 할 정도다.

또 채굴과 선광 과정에서 나온 폐석은 인근 야산에 그대로 방치돼 있고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이 폐석들은 지난 수십년간 하천으로 조금씩 흘러 들어가 많은 양이 유실됐다. 이때문에 1.5km에 이르는 하천은 신천에 합류되기전까지 물고기가 단 한마리도 살 수 없는 죽음의 지역이다.

▲정화시설은?=10년전 조사 때와는 달리 폐광산에는 각종 정화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것이 큰 변화상이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시설은 거의 없었고 대개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태백시 소도동 소롯골 옛 동해탄좌 폐갱구 입구에는 지난 98년부터 작은 연못 3개를 이용한 자연정화시설이 가동되고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태백시가 연못 수질을 조사한 결과 설치전에는 철 함유량이 114.0mg/ℓ였으나 설치 1년후인 99년에는 27.4mg/ℓ, 지난해에는 54.8mg/ℓ로 나타나는 등 갈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재팀은 장마가 계속되던 이달초 현장에서 침전된 산화물이 비와 함께 그대로 하류로 흘러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진국 교수는 "연못의 침전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관리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자원부 산하 석탄합리화사업단(현 광해방지사업단)이 오염제거식물인 부들을 연못 곳곳에 심어놓았지만 절반은 죽어 물에 둥둥 떠다녔고 나머지 절반은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술조사팀의 조영호(식물학)박사는 "죽은 부들을 방치해놓을 경우 그 속에 빨아들인 중금속이 연못에 고스란히 남게된다"며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달성폐광산의 경우에도 97년부터 습지, 수로 등을 이용한 정화시설이 설치, 운용되고 있지만 현재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수질측정 결과 당초에는 철, 구리 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지만 관리소홀로 인해 현재는 수질이 유입수와 거의 같거나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글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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