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신교 원로 강원용 목사 별세

국가 어려울때 비춘 '큰 빛줄기' 하늘서도 영원히…

개신교계의 원로인 여해(如海) 강원용(姜元龍) 경동교회 명예목사가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강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포럼 관계자에 따르면 강 목사는 최근 극심한 무더위로 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10일 강남삼성의료원에 요양차 입원했다가 이튿날 오전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이원군에서 출생한 고인은 개신교 내 진보교단인 기독교장로회 출신으로 1931년 기독교에 입교한 뒤 평생을 한국교회 발전과 사회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일본 명치학원 영문학부를 졸업한 뒤 한신대와 미국 뉴욕유니언신학대에서 학사학위를, 1962년 캐나다 매니토바대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한신대를 졸업한 이듬해인 1949년. 그때부터 경동교회에서 40여 년간 목회활동을 이끌며 오늘날의 경동교회를 만들었다.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의 산파역을 하며 총무와 이사장으로 일했고 1963년에는 '크리스찬 아카데미'(대화문화아카데미 전신)를 세워 종교 간 대화와 토론 문화 향상에 이바지했다.

특히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재야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교유하며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해 온 그는 지난 2000년 남한의 국론통일과 주변 강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 평화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로 사단법인 평화포럼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한편 이날 타계한 개신교계 원로 강원용 명예목사에 대해 각계 인사들이 즉각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타계한 개신교계 원로인 강원용 명예목사의 빈소에 조의를 표시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강 목사의 임종을 지켜본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는 "한 시대가 간 것 같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매주 교회에 오셨고 또 가끔은 설교도 해주실 만큼 정정하셨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은 "강 목사님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고비마다 큰 빛을 보여주셨다."면서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신 강원용 목사님의 소천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목사님께서 하느님 나라에서 영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강 목사가 입원해 있는 강남삼성의료원 중환자실을 직접 방문해 기도했다. 불교계도 즉각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종교 간 화합과 사회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강원용 목사님의 타계를 애도한다."며 "사회민주화에 끼친 고인의 남다른 정의심과 열정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이루는 밀알이 되고 종교 간 화합이나 분단된 민족 갈등을 통합하는 데에 있어서 종교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고 추모했다.

정부는 문화관광부의 요청에 따라 종교지도자로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위한 실천에 앞장선 고인의 공적을 높이 평가, 국민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키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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