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달 들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는 등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여당 내 친노 세력까지 결속 의지를 다지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의 이같은 행보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및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관 기용문제를 둘러싼 당·청 간 갈등이 확산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의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때문에 향후 국정운영, 특히 주요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기 위해 당·청 간 갈등기류를 조기에 차단시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레임 덕(권력 누수)을 막겠다는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다. 친노 세력의 적극적인 행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오는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회동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는 물론 한명숙 총리와 청와대 측의 이병완 비서실장 및 변양균 정책실장까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중기 재정운영계획과 관련, 당·정·청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하나 논란 중인 현안들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사퇴 및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설 등 일련의 인사파문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회동을 가진 뒤 2주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여당 의원들을 국회 상임위별로 잇따라 청와대에 초청, 만찬을 갖고 있다. 18일에는 문광위 소속, 내주 초에는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만난다. 나머지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도 내달 3일 해외순방 이전에 한 차례씩 간담회를 가질 일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미 16일엔 국방위 의원들과 만났으며 12일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 당 중진·원로급 의원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당의 친노 그룹인 '국민참여 1219'가 16일 '1219 포럼' 창립식을 갖고 차기 개혁정권 창출 의지를 다졌다.
같은 날 또 다른 친노 단체인 '의정연구센터'도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은 차기 대선 후보 선정과 관련, 외부인사에 문호를 개방하는 국민참여 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노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과도 맥이 닿아 있다. 결국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들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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