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해방의 기쁨! 아직도 가슴 속에

해방이 될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해방이 되기 전, 나는 외가가 있던 청도 화양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전쟁 끝 무렵이라 일본은 군수품 조달에 혈안이 되어 비행기 기름으로 사용하는 '간솔'(송진)을 따게 하고 비행기와 총알을 만드는 데 쓰이는 쇠붙이와 놋그릇을 빼앗아 갔다. 나는 그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에 빼앗겼는지조차 몰랐으며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 마을 사람들은 장롱 속에 숨겨두었던 태극기를 대나무에 묶어 흔들며 대문 앞에 세웠다. 그제야 나는 우리나라가 자유를 찾았고 해방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침 일찍 친구와 청도 화양을 출발하여 팔조령을 넘어 대구 집을 향해 달렸다. 가창, 냉천을 거쳐 그리운 어머님이 계시는 종로 집에 도착하니 정오가 채 안 되었다. 어머님은 아들을 청도에 보내 놓고 항상 걱정하시다가 무더운 삼복더위에 달려온 나를 보시고 끌어안으며 "이렇게 먼 길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느냐. 고생 많았다."라며 눈물을 흘리셨다. 해방 당시도 오늘과 같이 몹시 덥고 뜨거웠다.

대구역 광장에는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일본 군대가 집결해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 누런 군복과 '게도루'(각반)를 무릎에 감고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초라한 패잔병이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침략하고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언제 또다시 그런 야망을 드러낼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국민은 과거를 교훈 삼아 번영되고 희망찬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김수열(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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