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나폴레옹 콤플렉스

8월 15일 우리의 광복절, 그들의 패전항복일.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개인적 차원의 일이고 전몰자들에 대한 위로와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었다 한다. 정치적 행위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독특한 정신세계의 소유자이다. 이런 사람이 일본을 대표, 대의 하고 있는 현실이 측은할 뿐이다. 두 차례에 걸쳐 비밀리에 여론 조사를 한 것은 무엇 때문이며, 굳이 광복절을 택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언제라도 부시의 목장을 이용할 수 있는 둘도 없는 충복의 나라이긴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동북아는 물론 어느 나라로부터도 칭찬받지 못할 짓을 알면서도 하는 데는 나름의 깊은 이유가 있으리라.

주목받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부류가 정치인과 연예인이다. 적극지지건, 극렬반대건 상관없다. 그들이 가장 두려운 것은 무관심이다. 잊히는 것이다. 고이즈미는 일본 정치사에서 가장 비주얼하고, 연예인 기질이 강한 정치인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보면 참배의 개인적인 이유는 알 법도 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이게 본질은 아니다. 같은 패전국인 독일의 비난, 한국과 중국의 분노, 아시아 제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써야만 하는 좀 더 은밀하고 음흉한 이유는 일본의 국가전략에 있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세력들의 역사인식과 동북아 지배전략을 상징, 웅변하는 행위이다. 경제력의 극대화를 통해 미국의 우산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에 상응하는 군사력의 내용을 갖추고 궁극적으로는 패전국의 멍에인 자위대를 일반 군대로 바꾸어 동북아의 작은 미국-초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물질적 강압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섬나라 일본, 작은 일본인들의 슬픈 나폴레옹 콤플렉스다.

지구는 인터넷이란 치밀한 신경망으로 더욱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생명체로 진화하고 있다. 마음의 가야금을 울리는 감동의 에너지와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하는 정신적 가르침의 콘텐츠가 없이 누가 누구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더욱이 한반도에 물심양면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낸 어리석은 위정자들은 깊은 반성과 참회의 진정한 실천만이 감동의 시작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로 발신되는 한류가 어떻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는지 무릎 꿇어 학동의 자세로 배워야 할 것이다.

황보 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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