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과학사의 유쾌한 반란

과학사의 유쾌한 반란/ 하인리히 찬클 지음·전동열·이미선 옮김/ 아침이슬 펴냄

사례 1. 1889년 독일 의사 요제프 폰 메링과 오스카 민코프스키는 췌장이 소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자 개의 췌장을 뗐다. 수술 하루 뒤 개의 오줌 주위에 파리들이 수없이 날아다녔다. 두 사람은 그 원인이 궁금해 개의 소변을 검사했고 그 속에 당분이 다량 함유돼 있음을 밝혀냈다. 인슐린 개발의 중요한 실마리가 된 연구 결과였다.

사례 2. 1947년 타미레 베두인족 출신의 15세 소년 모하메드 에딥은 사해 근처의 말라버린 강 계곡에서 돌보던 염소가 달아나자 이를 찾기 위해 '키르베트 쿰란'이란 언덕을 올라갔다. 거기서 우연히 찾아낸 동굴 안 항아리 안에서 발견된 긴 가죽 두루마리는 '현대에 발견된 가장 놀랄 만한 필사본'이라는 '사해문서'였다.

필연과 인과법칙의 절대영역으로 구분되는 과학. 그래서 인과 고리에 맞는 인식 범위에서 벗어난 '우연'은 과학의 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국의 화학교수 로이스톤 로버츠가 '행운의 도움을 빌린 발견(pseudo-serendipity)'(사례 1)과 '완전히 행운에 힘입은 발견(true serendipity)'(사례 2)으로 구분할 정도로 과학계에서 '우연한 발견'의 예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책은 고고학, 인류학, 생물학, 의학, 약학, 화학, 물리학 등 7개 분야에서 인류에게 크게 기여한 과학 사건 35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사례는 풍부한 일화를 통해 '우연한 발견'이 어떻게 역사적이고 중대한 발견·발명으로 이어졌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에는 주제마다 발전과정의 역사를 담았다.

다양한 주제를 관련 사진과 자료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과학의 80%는 우연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알렉산더 플레밍의 말이 크게 일리 있음을 느낄 만한 이야기들이다.

손등에 떨어진 물방울이 흐르는 궤적도 우연인 듯 하지만 미세한 변인까지 고려하면 인과법칙의 영역임을 설명해주는 '카오스 이론'이나, 우연인 것 같은 만남도 전 생애 수 겁(劫)의 인연이 쌓아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불교의 논리에서 보면 결국 실수로, 우연하게 발견한 과학이론도 결코 우연이 아니지 않았을까?

"기회는 준비된 정신에게만 찾아온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과학적 발견과 발명은 오로지 우연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하는 용기와 열정이 있어야 그 '우연'이라는 것도 실제 발견·발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시, 편견 없이 새로운 시각으로 결과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부수적인 조건도 뒤따른다. 243쪽. 1만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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