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장은 살아있다-17일날 찾은 의성 5일장

중앙고속국도를 타고 가다가 의성나들목에서 내려 5번 국도를 따라 의성읍으로 가는 길. 맞은편에는 1t 화물트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짐칸에 실린 것은 잘 말린 의성마늘. 새벽에 열린 도매시장에서 새 주인을 만나 도회지로 나서는 길이다. 6월 중순부터 수확에 나서지만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것은 7월부터 9월까지. 도매시장은 매일 새벽 열린다.

경북도 재래시장 투어팀은 2, 7일에 열리는 의성 5일장에 맞춰 17일 의성읍을 찾았다. 5번 국도를 따라 의성 읍내로 들어선 뒤 지하도를 통과해 막바로 우회전한 뒤 의성농협 남부지소 앞에 오면 장터가 있다. 농협 맞은편에는 새벽 도매시장이 열리는 곳. 새벽 한때 잠시 북적이다가 오전부터 한산하기 때문에 외지에서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이곳에 주차하면 편리하다.

농협 뒤편이 바로 의성 장터. 입구만 보고 시장 규모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면적만 7천300여 평에 이르고, 장옥은 60개 동을 헤아린다. 장날이면 곳곳에서 찾아오는 상인들이 300여 명. 마늘이나 고추 수확철이면 시장은 활기로 넘친다. 이날도 오전 10시 30분 재래시장 투어팀 80명이 도착하자 한여름 따가운 햇볕이 무색할 정도로 금세 시장은 기운을 차렸다.

요즘처럼 한창 마늘이 수확되는 철이면 재래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양만 하루 20t에 이른다. 마늘 크기에 따라 특·상·중품으로 나뉘는데 가격은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대체로 특품은 한 접에 1만 5천~1만 6천 원, 상품은 1만~1만 2천 원, 중품은 5천~7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의성에서 산다고 해서 모두 의성마늘은 아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른바 무늬만 의성마늘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분명히 의성에서 재배했고, 의성에서 판매도 하지만 '의성마늘'은 아니라는 뜻.

의성시장 김광섭 대표는 "한지형 의성재래종을 470여년 전부터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곳 기후와 토양에 맞춰 순화 개량한 것이 바로 오늘날 '의성마늘'로 불리는 제품"이라며 "외국에서 들여온 남도마늘(올마늘), 대서마늘(스페인종)은 비록 의성에서 재배했더라도 의성마늘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믿을 만한 곳에서 마늘을 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래시장 투어팀을 마중 나온 김영수 의성 부군수는 "의성마늘은 아무리 일러도 6월 20일쯤 돼야 햇마늘 출하가 가능하고, 본격 유통·판매는 7월부터"라며 "이 시기에 앞서 의성 햇마늘이라며 파는 것은 모두 가짜"라고 강조했다.

5일장에 마늘만 파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보름 전부터 출하를 시작한 건고추도 인기 품목 중에 하나다. 장터에 들어선 재래시장 투어팀도 의성 태양초의 고운 때깔에 반해 마늘과 함께 건고추도 저마다 한보따리씩 구매했다. 장터 안에 새로 만든 현대식 장옥이 바로 건고추를 거래하는 곳. 주로 도매기능을 하고 있지만 장날이면 소매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격은 도매가 그대로.

건고추를 잔뜩 풀어놓은 한 농민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태양초와 기계로 말린 건고추를 속여서 팔지 않는다."며 "말린 꼭지가 하얀 빛이 도는 것은 태양초, 검푸른 빛이 도는 것이 기계초이고 가격도 근당 2천 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했다.

태양초는 600g 한 근에 7천~8천 원까지 받는다. 물론 재래시장이다보니 사는 물량이 많으면 어느 정도 '에누리'도 가능하다. 투어팀의 한 주부는 "대구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서 근에 2만 8천 원에 파는 것을 봤는데 이곳에서는 태양초를 닷 근에 3만 원을 주고 샀다."며 "다른 주부들과 함께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샀더니 농민들도 흔쾌히 가격을 깎아주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5일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을거리. 이곳 역시 여느 재래시장 못지않게 넉넉한 인심과 색다른 음식문화를 맛볼 수 있다. 특히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골 곰탕집 '남선옥'을 빼놓을 수 없다. 가게 앞에 내걸어 놓은 가마솥에 사골이 펄펄 끓고 있고, 그 아래 장작이 보기만 해도 데일 것 같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지만 구수한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잖다. 대를 이어 남선옥을 운영하는 안용명 대표는 "한 그릇에 4천 원에 팔고 있는데, 차를 타고 와서 그릇에 담아가는 손님도 적잖다."고 말했다. 또 시장 모퉁이를 돌아 뻥튀기 가게 뒤편을 찾아가면 연탄불에 굽는 양념 닭발집들이 늘어서 장터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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