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쪽을 차지하며 해가 갈수록 차곡차곡 쌓여가는 옷들은 '처치곤란'이다. 그렇다고 마냥 꺼내서 입기는 유행도 지나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도 아깝다. 이럴 때의 해답이 '의류 리폼'이다. 오래되거나 유행이 지난 옷을 자신에 맞게 디자인하는 리폼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대구시 중구 대구지하철 반월당역 지하상가 메트로센터의 한 매장. 1년 전 문을 연 이 가게는 수선도 병행하지만 리폼이 주 업무다. 일주일에 20명 정도 찾아온다는 이곳은 단골이 조금씩 생기면서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도 다양하다. 20대는 주로 청바지를 맡기는가 하면 40, 50대는 오랫동안 처박아 두었던 외출복이나 명품 정장을 갖고 온다. 운영자 박호철(49) 씨는 "초겨울에 리폼을 맡기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비싼 겨울옷은 버리기엔 아깝고 소재와 재질이 요즘 나오는 옷과 별 차이가 없어 조금만 손을 대면 언제든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바지류 리폼은 1만 5천 원가량, 남방류 1만 5천 원가량, 정장이나 투피스는 5만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박 씨는 "요즘 나이 드신 분들은 체형에 딱 맞고 짧으며 심플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 길이가 길고 무거운 옛날 옷을 가지고 온다."고 전했다. 청바지의 경우는 치마로, 헐렁한 힙합 바지는 몸에 딱 맞게 재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곳을 찾은 조은희(50·여·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씨는 "3년이 지난 남편 남방을 산행할 때 등산복으로 입으려고 한다."며 리폼을 맡겼다. 조 씨는 보통 이월 상품을 사두었다 취향과 유행에 맞게 리폼을 자주 맡긴다고 했다.
최근엔 그저 값비싼 옛날 옷을 재활용하기 위한 의류 리폼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쳐 입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박소화(48·여·대구시 동구 용계동) 씨는 평소 미싱을 만지는 걸 즐겼다. 그러다 4년 전 의류 리폼 강좌를 수료한 뒤 이제 웬만한 옷은 손수 고쳐 입는다. 박 씨는 "소재는 마음에 드는데 디자인이 별로인 옷을 사와서 취향에 맞게 자주 고쳐 입는다."고 말했다. 옷을 많이 수집한다는 박 씨는 리폼이 하나의 취미인 셈이다.
최영희 대구동부여성회관 강사는 "보통 취미로 강좌를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적성에 맞으면 따로 가게나 인터넷 몰을 차리기도 한다."며 "쉽게 버려질 옷도 리폼으로 새로운 옷으로 탄생시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꾸준하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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