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괴물'(감독 봉준호, 제작 청어람, 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은 달랐다. '괴물'이 한국 영화를 집어삼켰다. 1천만 관객을 넘어 1천230만 명으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맨 꼭대기에 올라 있는 '왕의 남자'를 넘어서는 것은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마의 1천500만 관객 돌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한국 영화사였다. 최단 시간, 최다 개봉관 등 한국 영화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괴물'은 2006년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일부에서는 '스크린 쿼터보다 더 무서운 것이 괴물의 스크린 폭식'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판도 경제논리가 우선이다. 관객이 발길을 끊으면 '간판'을 내리는 것이 순리지만 시장이 '괴물'을 요구하고 있다.
■흥행성공의 비결='괴물'이 이처럼 욱일승천의 기세로 내달리는 것은 흥행요소를 모두 갖췄기 때문. 우선 타이밍이 절묘했다. 방학과 여름휴가에다 무더운 날씨까지 기승을 부리며 관객몰이에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또 괴수영화라는 오락성과 가족의 휴머니즘이 담긴 감동이 접목되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최고의 영화로 자리 잡았다.
사실 '괴물'은 제작 기간 내내 '괴담'에 시달렸다. '제작이 끝나지 못할 것이다.', '기술적 완성도가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다.' 등의 온갖 부정적인 관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기술적 부분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뛰어넘었다. 미국 컴퓨터그래픽(CG)회사 오퍼니지에서 기술적 부분을 담당했지만, 괴물의 모양과 움직임, 컨셉 등은 봉준호 감독과 한국 제작진의 머리에서 나오며 한국적 요소를 한껏 가미했다. 여기에다 100억 원대를 넘는 제작비에 맞서 청어람은 쇼박스에 배급권을 넘겼고, 주연배우 송강호도 개런티를 투자비로 돌렸다.
■괴물의 탄생=영화 '괴물'의 사실적이고 독특한 괴물이 나오기까지는 2년 6개월 동안 무려 2000마리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2003년 12월부터 구상에만 1년, 그후 1년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06년 5월 지금의 돌연변이 괴수가 탄생했다.
처음부터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와는 딴판의 괴물을 상상했다. 난폭하고 신경질적이지만 때론 비틀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때론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
장희철 디자이너와의 교감 끝에 괴물의 원형 디자인이 완성됐다. 크기는 버스만 하고 짧은 다리 한쌍으로 걷고 뛰는 괴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기형다리 1개와 뒷다리가 되다가 중단된 돌기, 그리고 길고 날렵한 꼬리에 연꽃처럼 5갈래로 벌어지는 입까지. 어류와 양서류를 섞어놓은 듯한 개념의 괴물은 생물학적 지식은 물론, 감정 표현이 들어가야 했다.
디자인으로 나온 괴물은 다시 2005년 1월 실제 축소형 모델로 제작됐다. '반지의 제왕', '킹콩'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다양한 생물체를 제작했던 뉴질랜드의 웨타 워크숍이 모델링을 맡았다. 괴물의 디자인을 본 웨타 워크숍 측은 '우리가 17년에 쌓아올린 것을 괴물팀은 2년 만에 이뤄냈다.'며 당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괴물은 할리우드 특수시각효과 전문업체인 오퍼니지에 의해 스크린 안에서 재탄생했다. 애니매틱스라는 기법으로 괴물은 실제 배우들과 현장에서 공연하지 않고도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괴물 제작에 쓰인 돈은 약 50억 원. 전체 제작비 112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용이 괴물의 '개런티'로 제공됐다.
■흥행수익=제작사인 청어람의 입장에선 광고와 홍보비용을 제외한 '괴물'의 손익분기점은 370만 명 선. 개봉 일주일 만에 400만 명을 돌파, 본점을 뽑고도 남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괴물'의 이런 흥행추세라면 '왕의 남자'가 갖고 있는 한국영화최다관객 1천230만 돌파도 시간문제. 이 시점에서의 총수익은 260억 원에 이른다. 30억~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광고와 홍보비를 제외해도 20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개봉전 7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경우 수익은 300억 원 가까이 된다. 1천230만을 넘어 흥행질주를 계속할 경우 관객 1인당 3000원 정도의 순수익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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