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魯迅)과 조우언라이(周恩來), 치우진(秋瑾).
봉건사상에 젖은 중국인들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킨 중국의 20세기 사상가이자 문인 루쉰. '영원한 총리'로 추앙받고 있는 조우언라이. 청말(淸末) 중국 최초의 여성 혁명가 치우진.
중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뒤바꾼 이들 3인은 저장성(浙江省) 샤오싱(紹興) 출신이다. 샤오싱은 '인재의 산실'일 뿐만 아니라 춘추전국시대 월왕(越王) 구천(句踐)에 의해 건설된 월국(越國)의 도읍지로서 3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고도(古都)다. 샤오싱 시가지는 최근 들어 월국 건축양식으로 새단장하고 있었다.
샤오싱은 시가지 전체면적의 10%가 운하일 정도로 '수향교도'(水鄕橋都)로도 이름을 날렸다. 운하가 시가지 외곽을 둘러싸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가지 곳곳을 수로가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칭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샤오싱은 '물의 도시'다.
이런 '고도(古都)' 샤오싱이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 만에 중국 최대의 원단 도매시장이자 방직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샤오싱은 방직산업과 더불어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및 방직기계 산업을 주축으로 산업을 확대시키면서 이제 전 중국 10대 산업도시로 떠올랐다.
2004년 상반기 샤오싱의 경제성장률은 15.5%. 전국 평균 9.7%보다 무려 5.8%포인트나 높았다. 2005년 지역총생산(GRDP)는 390억 위안. 1인당GRDP는 6천850달러로 상하이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샤오싱 시민의 가처분소득(2005년)은 1만 8천128위안으로 역시 상하이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샤오싱은 부자동네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샤오싱 경제는 저장경제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민영기업 수만 1만 678개, 전체기업 수의 99.7%를 차지할 정도로 샤오싱은 민영기업의 천국이다. 그 중 방직관련 기업이 5천361개로 과반수를 넘는다. 일정규모 이상의 방직기업 판매량이 전체의 71.9%를 점유할 정도로 샤오싱 경제는 방직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원단시장으로는 중국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와 교역량을 자랑하는 경방성은 샤오싱의 자랑이다. 경방성의 원단 교역규모는 지난 2001년 200억 위안을 넘어섰고 2005년에는 276억 위안에 이르렀다. 개혁개방 이전까지 섬유산업의 기반이 단단하지 않던 샤오싱이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섬유도시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경방성 상인들은 입지조건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방직과 염색 등 섬유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물이 좋아야 하는데 물의 도시 샤오싱은 최적지였다. 또한 예로부터 교통이 발달한 상업도시였다.
커챠오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경방성은 80년대 초 '원단거리'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1988년 시장을 조성, 현재와 같은 중국경방성으로 정식 오픈했고 92년에는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이후 시장규모도 49만 2천㎡로 확대됐고 연면적은 60만 5천㎡나 된다.
원단시장과 원재료시장, 방직기계시장, 물류센터 등으로 구분된 시장의 점포는 1만 5천여 개. 거래되는 원단 종류만 1만여 종. 종업원수는 4만여 명. 하루 방문하는 고객만 10만여 명을 넘는다. 하루 동안 판매되는 원단의 길이가 200만m가 넘는다.
경방성은 다른 원단시장과 달리 원단을 구매, 봉제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방직관련 산업이 일관화되어 있다. 그러나 샤오싱이 도매시장을 넘어 섬유생산기지로 업그레이드 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한국의 동대문시장처럼 도매시장이었던 '경방성'이 생산기지까지 갖춘 중국 최대의 섬유기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수출에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는 경방성 상인들이 어떻게 수출하는지를 몰라 신용장 개설하는 것도 번거로워하면서 수출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명주무역 오병관 사장은 "경방성은 중국 최대의 폴리에스테르와 화섬원단 도매시장"이라며 "면이나 천연섬유는 칭다오(靑島)나 장수성(江蘇省)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방성은 중국에서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원단을 살 수 있는 도매시장"이라며 "따라서 앞으로도 규모가 커지면 커졌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방성의 교역량은 세계 방직시장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경방 원료시장과 위에조우(越州) 경방시장의 교역량까지 합치면 샤오싱의 원단교역량은 500억 위안에 이른다. 이중 내수시장이 60~70%, 나머지는 수출시장이다.
수출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부터. 이때부터 외국 에이전트들이 대거 '커챠오'(柯橋) 경방성으로 들어왔고 도매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개무역에 종사하는 에이전트만 5천여 명을 넘어섰다. 이곳의 최대 에이전트는 인도상인들이라는 점은 경방성의 특징 중 하나다.
한편 섬유산업의 급격한 발달은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 공장들이 밀집한 개발구 주변의 수로에서는 염색폐수로 인한 오염이 심했다.
퀸스국제무역의 김해옥 사장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90년대에는 지금보다 더 심했다."며 "그 때도 폐수단속을 했지만 단속이 느슨할 때는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그대로 운하로 흘렀다."고 말했다. 이제는 조금씩 환경에 눈을 뜨면서 최근 2, 3년 사이에 폐수정화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고 단속 등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눈에 띄게 수질이 개선됐다. 그러나 샤오싱 시가지를 이어주는 수로의 물은 여전히 짙은 녹색이었다. 환경오염문제는 샤오싱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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