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장마와 태풍이 끝난 뒤 농촌 들녘은 각종 병충해로 농작물들이 몸살을 잃고 있다.
고추 주산지 중 하나인 의성읍과 단촌 등지에는 벌겋게 말라버린 고추밭이 적지 않아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추농 최진기(73·의성읍 철파리) 씨는 "애써 지은 고추농사가 수확도 하기 전 역병으로 줄기가 말라버려 수확을 포기할 상태에 놓여 있다."며 "올해 고추농사는 영농비는 물론 종자 값도 건지지 못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긴 장마와 폭염으로 노지 수박도 대부분 줄기가 말라버려 폐농한 수박밭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때문에 재래시장과 할인점 등에는 수박값이 2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사과도 고온현상에 따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농가에는 추석 전에 출하될 '홍로'가 강한 태양에 노출되면서 색상이 허옇게 변해 상품가치를 잃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포항시농업기술센터는 최근 콩밭에서 노린재 해충이 대량 발생,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방제를 당부했다. 콩노린재는 꽃 필 때부터 성숙기까지 꼬투리가 맺히는 시기에 어린 꼬투리의 즙액을 빨아 빈 깍지가 되는 등의 피해를 주어 품질 및 수량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 콩노린재 종류는 톱다리 개미허리노린재와 풀색노린재, 알락수염노린재 등 9종으로 1년에 2, 3회 발생한다.
농업기술센터는 2차 발생 예정기인 8월 하순~9월 상순을 앞두고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고 나섰다. 포항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노린재는 약제 살포시 이동성이 강해 날아가 버리므로 새벽이나 해진 후 방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청송·영양지역에서도 고추 역병·담배나방 등 농작물 병해충 발생이 크게 늘고 있다.
21일 청송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그동안 지속된 장마로 일조시간이 예년보다 100시간 정도 부족한 데다 기온도 지난해보다 2.5℃ 낮아 각종 농작물 병해충 발생이 확산되는 추세다.
고추역병은 영양군 입암·석보·청기·일월면과 청송군 부동·부남·현동·파천·진보·안덕면 등지에서 전체 재배면적의 10∼20%에서 발병하고 있으며 기온이 상승하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수의 경우도 사과 점무늬낙엽병과 갈색무늬병이 예년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마철에 주로 감염되는 사과 겹무늬썩음병·갈색무늬·탄저병의 포자 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고 사과굴나방과 복숭아순나방 등 해충 발생량도 지난해에 비해 최고 2, 3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농업기술센터 심장섭 기술보급과장은"역병이 발생한 고추밭에는 발생 초기에 병든 고추를 뽑아내고, 피해 확산 방제를 위해 침투이행성 농약을 1주일 간격으로 2, 3회 살포할 것과 배수로 정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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