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조비타민-(2)법조비리…"정의는 없고 줄만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법조비리와 관련해 지난주 대국민사과를 했다. 법원행정처장이 1995년 인천 법조비리와 98년 의정부법원 법조비리 등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한 적은 있으나, 대법원장이 직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법원 내에서 최고 인격과 지성으로 평가받는 이우근(58·사법시험 14회) 서울중앙지법원장(행정법원장 겸임)이 후배들을 위한 퇴임을 앞두고 18일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는 반성의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번 주에는 (법조비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대국민사과가 있을 예정이다. 나라가 온통 법조비리로 얼룩져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법조 수장들이 나서서 사죄를 하고 판·검사들의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나선다고 해서 법조비리가 과연 없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반신반의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의심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조계는 한목소리로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비리가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법조비리는 공명정대해야 할 수사와 재판이 조직 내부 인사나 전관(前官)의 부당한 청탁으로 굴절되는데서 시작된다. 조 전 부장판사의 경우 브로커 김홍수 씨의 청탁을 받고는 후배 법관들을 소개시켜 주고, 재판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재판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는 법조불신을 야기하는 대표선수다. '유전무죄' '유권무죄'라고 믿는 사회 분위기를 만든 주범인 셈이다. 최근 한 법률전문지는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법원과 검찰의 사건처리가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전관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통계로 입증했다. 굳이 이런 자료가 아니더라도 신문사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법조를 불신하는 많은 전화와 방문자가 온다.

대구지역의 판사나 검사,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전관예우는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말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옷을 벗는 판검사들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사례로 들기도 한다. 이 말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생변'이라고 해서 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변호사들은 수임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뢰인들은 여전히 법조에 있다가 갓 개업한 변호사들을 선호한다. 실제 사건 수임료도 이들은 일반 변호사들보다 상당히 높은 실정이다. 사건이 의도한 대로 해결되든 되지 않든 전관들을 선임하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이라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양심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한다. 이들이 범죄의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법조비리는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엄청나다.

고장 난 저울은 이미 저울의 기능을 잃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저울을 신뢰하지 않으면 저울을 치워버리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정암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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