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어둠 속에 갇히다

어둠 속에 갇히다

이인희

자욱한 안개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미끼를 갈아주며

숨죽이고 앉아 있었다.

한낮에도 어신(魚信)은 오지 않고, 헛챔질.

낚싯줄 던지고, 미끼를 갈아주어도

건져 올라오는 것은 구름 몇 조각과

수양버들 그림자뿐이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궁금함의 낚싯대로 긴 팔을 뻗어 보지만

건져 올라오는 것은 물에 젖은 초승달뿐이었다.

오늘만은 건져 올리려고

깊숙한 곳으로 간절함을 보내보지만

올라와 꿈틀거리는 것은 어둠뿐,

어둠은 사방에서 퍼드덕거리더니

무겁게 쌓이고 쌓여

나는 컴컴한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낚시하는 모습은 한 폭의 한국화다. 낚시꾼은 그 한국화의 중심이고 배경은 이른 아침에서 밤까지의 시간과 안개와 어둠이다. 낚시꾼은 '숨죽이고 앉아', 고기를 기다리지만 '한낮에도 어신(魚信)은 오지 않고, 헛챔질'만 거듭한다. 어느덧 해는 졌지만 '건져 올라오는 것은 물에 젖은 초승달뿐'이다. 이윽고 밤중이 되면 낚시꾼은 어둠 속으로 묻혀 사라진다. 꿈꾸는 고기는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채 '어둠 속에 갇혀 버'린 낚시꾼의 모습에서 인간을 본다.

꿈은 정작 이루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떠나야하는 인생살이를 보는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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