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스포츠계 화두도 '코드인사'

노무현 대통령을 대표하는 말은 아마도 '코드 인사'가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유달리 챙기는 '코드 인사'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된 채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정치 무대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지만 스포츠계에서도 선수 선발(트레이드 포함)과 기용을 놓고 '코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 스포츠 감독들은 '코드 인사'에 집착한다. 경기를 책임지고 성적으로 평가받는 감독들은 자신의 목숨(경질)을 담보로 선수를 선발하고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들을 보강, 이들을 경기에 내보낸다.

이미 검증 받은 스타플레이어들이야 괜찮겠지만 검증 단계에 있는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에겐 감독의 눈(판단)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야구, 축구 등 프로 스포츠에서는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의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감독은 자신의 코드에 맞는 선수를 기용할 것이다. 한마디로 선수로서는 감독을 잘 만나는 것이 팔자를 바꾸는 일이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선수들의 운명이 달라진 경우는 너무나 많다.

대구가 낳은 프로야구 스타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올 시즌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하라 감독을 만나 격(평가 기준)이 달라진 선수가 됐다. 지바 롯데의 미국인 감독인 발렌타인은 이승엽을 왼손투수에 약한 반쪽 선수로 평가,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그를 기용했으나 하라 감독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며 1루수 겸 붙박이 4번 타자로 배치, 그가 좋은 성적을 내는 토대를 마련해줬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맹활약이 이승엽을 지난해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했겠지만 이승엽은 한때 요미우리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하라 감독의 코드에 맞아 당당히 4번 타자로 기용될 수 있었다. 이승엽은 인터뷰에서 수시로 "하라 감독의 신뢰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의 운명도 달라지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고만고만한 선수로 평가받은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후 에릭 웨지 감독의 눈에 들면서 주전을 꿰찰 기회를 잡았다. 최근 계속되는 추신수의 활약에 웨지 감독은"그를 계속 기용하고 싶다. 왼손 투수가 나오더라도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박지성은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박지성은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퍼거슨 감독과 코드가 통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측면 공격수로는 다소 부족한 2골만을 기록, 골 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퍼거슨은 최근 "그의 움직임은 어린 선수들이 배워야 할 본보기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선수들이 감독의 배려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스포츠라는 껍질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감독과의 코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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