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임신부 지모(31·포항지역건설노조원 부인) 씨 폭행 논란(본지 21일자 6면 보도) 과 관련, 경찰이 지 씨를 만나기 위해 경남 남해 시댁과 부산 친정집까지 찾아갔음은 물론 중학생 조카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지 씨의 위치를 추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산한 지 씨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의 일이다. 경찰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찰이 지 씨의 유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무마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오후 포항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지 씨는 "(지난달 19일의 포항시 집회 이후) 유산의 충격으로 포항 집을 떠나자 경찰이 지난달 28일 시댁인 경남 남해까지 찾아와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하고 부산 친정집에도 연락했다."며 "만나자고 한 요지는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자백서'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지 씨는 "경찰관은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전화를 하고 일부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협박도 했다."며 "또 이 중 한 명은 돈 봉투까지 건네려 해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또 지 씨는 "하도 경찰이 끈질기게 만날 것을 요구해 지난달 28일 오후 6시쯤 부산 사직운동장 인근에서 만난 적도 있다."며 "이날 수회에 걸쳐 자백서를 요구, '포항 올라가서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지 씨는 "경찰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 만남을 피하자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만날 것을 요구했으며 휴대전화를 꺼놓자 중학생 조카와 시댁, 친청집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해 가족들까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았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 씨도 현재 대인기피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신은진 민노당 포항시위원회 여성위원장은 "지 씨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전에 가족들까지 찾아가 회유를 했다는 것은 경찰 폭력으로 인해 지 씨가 유산됐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사전에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 최모 경사는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해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운동장 앞에서 지 씨 등 4명을 만난 적은 있으나 지 씨와 가족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경북경찰청은 22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경찰관은 물론 현장에 있던 시민 18명, 구급차 운전사 등 200여 명을 조사했지만 어느 누구도 폭행현장을 정확하게 봤다는 사람은 없다."고 밝히고 "지 씨와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찰관 9명에 대해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요청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포항 최윤채·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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