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론식 사고 논리적 글쓰기에 도움"

'사이버 토론' 운영 김정순 교사

토론식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교사들이 많다. 교과 진도도 맞춰야 하고 당장 시험점수에 예민한 학부모, 학생들에게 토론식 수업이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토론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도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김정순(36·국어과) 대구 동문고 교사는 토론을 수업에 접목시킨 훌륭한 사례로 꼽힌다. 교직 14년차인 김 교사는 4년째 토론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토론 교육에 열을 쏟고 있다. 그는 특히 '사이버 토론'이라는 나름의 방법을 고안해 냈다. 왜 대면 토론이 아닌 인터넷 토론을 선택했을까.

"입을 잘 열지 않던 아이들이 인터넷 상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쏟아내요. 무엇보다 다양한 자료의 공유도 쉽고요." 그는 토론 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주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의 토론 수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학생들은 관련 자료를 인터넷 모둠방에 올린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쓸 만한 자료를 고르게 한다. 자료의 가치를 판별하면서 배경지식은 저절로 쌓인다. 그 다음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누고 토론 준비를 시킨다. 기조 발제뿐 아니라 상대편 논리에 대한 논박자료를 정리한다. 대면 토론은 그 다음 이뤄진다.

김 교사는 "머릿속에 자료만 훌륭히 정리할 수 있으면 누구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런 교육은 성과로 이어졌다. 2004년 지산중학교 재직시절 제자 4명이 민족사관고 주최로 열린 '전국 중학생 논쟁식 토론대회'에 출전,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사투리 쓰는 지방 학생들이 표준말 쓰는 서울 학생들을 말로 이긴 것이다. 물론 말솜씨가 전부는 아니었다.

"대회에 나갈 아이들과 2개월간 특별훈련을 했어요. 오전 6시 30분까지 등교해서 1, 2시간씩 토론 훈련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이내 토론에 익숙해지더라고요."

김 교사는 "토론식 사고를 많이 하다 보면 글쓰기에서도 쟁점 찾아내기나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가 가능하더라."면서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토론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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