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거꾸로 내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남에게 공개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거짓말 없는 솔직한 세상이 될까? 아니면 불편해질까?
누구나 한 번씩은 이런 동화적인 상상을 해 봤음직하다. 엉뚱한 생각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런 상상은 이미 영화에서 소재로 쓰였기 때문이다.
영화 '왓 위민 원츠'에서 주인공 멜 깁슨은 잘나가는 기획사 간부에서 졸지에 찬밥 신세가 되고 만다. 새로 들어온 여자 간부에게 밀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욕실에서 꽝 넘어지고 나서 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본영화 '사토라레'의 남자 주인공은 정반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이 고스란히 남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숨기고 싶은 '진실'마저 숨길 수 없고 거짓말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은 과연 행복한 것일까?
동화 '말풍선 거울'(사계절 펴냄)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위한 창작동화인데 줄거리도 단순하고 삽화도 제법 만화적이다.
주인공 한결이는 준비물을 뒤지다 할아버지 골동품 중에서 낡은 손거울을 발견해서 학교에 들고 간다. 그런데 이 손거울에서 이상한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손거울을 이용한 빛 그림자를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비추면 말풍선이 나오면서 그 사람의 속마음까지 떠 오르는 것이 아닌가. 마치 만화 속에 나오는 말풍선처럼 말이다.
신기함도 잠시. 말풍선 거울은 연달아 사고를 친다.
'아, 지금이라도 환경미화 당번을 정해서 하라고 할까. 아, 진작 그렇게 할 걸.' 지저분한 교실 안에서 선생님의 고민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들리고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가 이순신 장군이면 선생님은 일본놈이네요. 치!' 말썽구러기 친구의 투정 섞인 말풍선을 본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야단을 친다.
교실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말풍선 거울은 깨지고 만다. 그러나 주인공은 깨진 거울이 아깝기는 하지만 남의 속마음을 모르게 된 것이 크게 섭섭하진 않은 모양이다.
진실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믿음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한결이는 배우게 된 것일까.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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