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물리학이란 자연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현상에서 규칙성을 찾고, 그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원리를 찾는 학문이다. 또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현상을 탐구하며, 예측하고 발견하는 학문을 말한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공부하는 물리학은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이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발견한 현상과 이를 일반화하여 법칙으로 정의한 내용을 학습하는 것이며, 이들 대부분이 수식으로 정리되어 공식화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물리학 교재는 수식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학생들은 복잡한 수식 때문에 물리학은 어려운 학문이란 인식을 가지게 된다.
▶어떤 분야를 전공하는데 필요한가
물리학은 자연 현상의 일반적인 규칙성과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물리학 자체를 전공하여 물리학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자연 현상을 이해하거나 이용하는 학문 분야에 모두 필요한 종합적인 학문이다. 특히, 자연과학과 공과대학의 전 학과,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공부하여야하는 학문이며, 농업과학대학이나 생활과학대학에서도 물리학의 지식이 요구되며, 심지어는 경제학과 사회과학분야에서도 학문의 깊이가 더해지면 물리학의 원리가 요구된다. 이처럼 학문의 전 분야에 지식이 요구되는 종합적인 학문이 물리학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고등학교에서 물리 과목이 선택 교과로 바뀌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이 물리 공부를 어렵게 하는가
학생들이 특히 물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물리가 수학 지식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수식으로 전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다시 물리 현상으로 전환하여 설명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
6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물리II 교과서 한 권에 나열된 기본적인 수식(중요하여 번호를 메겨둔 수식)은 대략 350개 내외이다. 이 기본 수식은 물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며, 이들로부터 파생되는 변형된 수식까지를 포함하면 1천 개를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암기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식 자체가 의미하는 물리적인 의미를 모르면 암기하고 있는 수식은 문제 해결에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원리를 포함한 수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물리 문제 해결에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학생들이 물리를 어렵다고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제 시각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현상을 학습하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과 관련된 현상, 전기와 자기 등은 일상생활의 경험만으로는 그 원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복잡한 측정 장치를 사용한 실험을 통해서만이 그 원리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때는 측정 장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동시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가
학생들이 물리를 어렵게 인식하는 것은 재미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렵기 때문에 재미없기도 하겠지만, 처음 물리를 접할 때부터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공통기본교육이 진행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통합과학을 가르치도록 짜여 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물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관찰과 측정 및 간단한 원리를 학습하게 된다. 이 과정 동안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학습하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며, 과학 시간은 재미있는 시간으로 인식할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는 너무 많은 개념을 가르치기보다는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시기이다.
물리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개념과 원리를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특히, 처음 물리를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단시간에 많은 지식을 주입시키려 하지 말고, 원리를 표현하는 공식과 물리량의 단위, 벡터의 개념, 좌표 표기 등을 확실하게 이해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기초 과정에서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학습 내용에 의문이 생기면 흥미를 느낄 수 없다. 물리에 특별히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보면, 일단 원리를 이해하고 재미를 느끼는 학생은 학습 진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물리 영재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므로 초기 교육에 조급함은 절대 금물이다.
물리 학습효과를 높이는 두 번째 방법은 많은 문제를 접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리를 정리한 공식들을 이해하여야 하는데, 흔히 공식은 암기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문제를 접하다 보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공식을 자주 사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공식은 저절로 기억하게 된다. 많은 문제를 접하다 보면 상당수의 기출 문제들은 비슷한 유형이거나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직관력이 생기게 되어 일일이 문제를 풀지 않고도 결과를 예측하거나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수준에 다다르면 이미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교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된다.
이상법(경북대 물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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