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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드)세월을 녹인'철녀' 나브라틸로바

1980년대의 여자 테니스 슈퍼스타였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49·미국)가 22일 개인 통산 176번째 테니스 복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나브라틸로바는 2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로저스컵 복식에서 나디아 페트로바(세계랭킹 6위·러시아)와 짝을 이뤄 카라 블랙(복식랭킹 5위·짐바브웨)-안나 레나 그뢰네펠트(16위·독일)조를 2대 0(6-1 6-2)으로 꺾고 정상에 올라 10월이면 50이 되는 나이를 무색케 했다.

1956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나브라틸로바는 73년 프로에 데뷔했고, 2년 뒤 공산체제의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173cm, 66kg의 나브라틸로바는 1980년대 호주오픈 3회, 프랑스오픈 2회, US오픈을 4회 우승했고 가장 권위있는 윔블던 대회는 1978년부터 1990년까지 13년간 9회의 우승을 기록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 중반까지 세계 여자테니스 최강자로 군림한 그녀는 1990년대의 강자 슈테피 그라프(독일)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331주 연속으로 최장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 그녀와 함께 무대에 섰던 크리스 에버트, 가브리엘라 사바티니 등은 흘러간 스타가 되고 말았지만 그녀는 세월 뒤편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1995년, 마흔 살이 다 돼 코트를 떠난 그녀는 잠시 은퇴생활을 즐겼으나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접지 못해 2000년에 복귀, 복식 위주로 활동해오고 있다. 단·복식에서 각각 167차례와 176차례 정상에 올랐고 혼합복식에서도 9번 우승하는 등 이날까지 352번이나 정상에 올라 남녀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인 그녀는 2004년 윔블던대회에선 1회전을 통과, 1922년 이후 윔블던 단식 최고령 승리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음주 올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마친 후 은퇴할 예정인 나브라틸로바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테니스 선수로 기록되면서 선수 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윔블던 대회 참가 중 그녀는 "그동안 충분히 뛰었다. 이제는 다른 인생을 설계할 때"라고 말해 '진짜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개인 통산 2천100만 달러 넘는 상금을 거머쥔 나브라틸로바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큰 US오픈에서 페트로바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과 밥 브래년과 나서는 혼합복식에 출전, 우승을 노린다.

김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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