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최고 교육기관이 大學(대학)이라면 조선조에는 成均館(성균관)이 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대성전이 있었던 점이 지금과는 다르다. 孔子(공자)와 그 계승자를 모시고 제의를 행했던 대성전은 배향된 인물들을 사숙하고 닮고자 기원하며 인격적 고양을 도모하던 곳이다. 당시 서원이나 향교에도 文廟(문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성균관이나 지방 교육기관에도 어김없이 人性(인성) 교육 장소가 설치됐던 셈이다.
◇오늘날의 대학 교육에는 바로 이 '인성 교육의 장'이 빠져 있다. 1894년 甲午更張(갑오경장) 이후 지식인들이 신교육 도입에 반기를 들었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 기술과 외국어 교육이 우선되는 기능 교육을 내세우면서 인성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사실 지금의 대학 교육은 전공 분야의 전문지식만 중시한 나머지 우리 사회의 價値不在(가치 부재)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는 형편이지 않은가.
◇아시아권 가톨릭계 대학 협의체인 '아세아쿠(ASEACCU)'가 내일부터 사흘간 대구가톨릭대에서 14차 총회를 열고, '현대사회에서 인성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집중 논의한다. '기술의 진보와 인성 개발'을 주제로 한 이 모임에서는 특히 科學(과학)이 발전할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인성 교육의 새 활로를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태국에서 첫 총회를 열면서 출범한 '아세아쿠'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대만'호주'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7개국의 51개 대학이 회원 대학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구가톨릭대'서강대'가톨릭대 등이 동참해 왔다. 지난해 대만 푸런대 개최에 이은 이번 총회(준비위원장 서경돈 대구가톨릭대 총장)에는 40여 개 대학 총장'학생 200여 명과 최영수 천주교대구대교구 대주교 등이 참가한다고 한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존대히 모시고, 벗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은 모두가 자기의 몸을 수양하고, 가정을 거느리며,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다스리기 위한 근본이다.' 朱子(주자)는 '小學(소학)'의 책머리에 이렇게 써 놓았다. 시대는 달라도 인간의 근본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번 아세아쿠 대구 총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인성 교육 회복의 절실함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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