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해탄아 말해다오"…대구 문인들 선상문학 행사

대구의 문인들이 현해탄을 찾았다. 96년 전 한일강제병탄이 조인되던 그날, 8월 22일 밤. 대구문인협회(회장 문무학) 회원과 가족 33명이 현해탄을 건너는 일본 여객선 뉴카멜리아호 선상에서 '바다에게 문학을 묻다'란 주제의 첫 해외 문학행사를 가졌다.

일제의 침략 통로였던 현해탄에서, 식민의 설움을 안고 오가던 검은 바다에서, 오늘의 일본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가를 토론하기 위해서다. 문인들은 '바다'와 관련된 문학작품을 읽고 감상하며, 최근 미묘한 한일 관계에서 우리 문학인들의 정체성과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화 시인은 '더 가까이 다가와 그 안에 구겨진 수많은 핏금들'을 들여다보았고, 수필가 이병훈 씨는 '새벽을 향해 깊어가는 한밤, 현해탄의 거센 물살을 헤치며, 캄캄한 바다에 뿌려진 한많은 사연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정환 시인은 선친의 슬픈 여정이 스민 '규슈 광산주식회사'란 시를 낭송했고, 작가 송일호 씨는 "우리는 지금 대구문인이라는 이름의 한 배를 타고 여전히 불투명한 해류 위에 떠있다."고 말했다. 송진환 시인은 '숱한 해조음 안으로 담아 이 밤에 별빛 푸지게 끌어안는다.'고 했고, 수필가 이강촌 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마주서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노래했다.

권순진 시인(문협 사무국장)은 "피 한 방울 뚝 떨어진 일장기의 섬뜩한 비장감이 지워진 맨얼굴의 미학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싶다."며 "대중문화의 한류 열풍처럼 우리의 순수문학이 일본 열도에 상륙할 그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