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박공화국' 건설…'지방피' 빨아먹었다

"'바다이야기'로 남구청 예산 절반이 서울로 유출"

중앙정부가 허가한 각종 '도박산업'이 대구·경북지역 부(富)의 역외 유출을 심화시키고 있다.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에서 유통되는 게임기와 상품권을 제작·발행하는 서울업체들에게 지역민들의 주머니가 털린 데 이어 관련업자 연쇄부도 등 심각한 후폭풍까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TV 경마장과 경륜장 등 이미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다른 사행산업들의 수익금도 지역에 남는 것은 쥐꼬리만큼이고 대부분이 다른 지방과 중앙정부로 빠져나가고 있다.

대구시와 성인오락실 업주들에 따르면 23일 현재 대구의 바다이야기 게임장은 최근 개업 업소를 포함해 최소 100곳. 업소 1곳당 게임기를 평균 50대로 가정하면 전체 숫자는 500대에 이른다. 업소 100곳 중 서울의 바다이야기 본사에서 신형 게임기(700만~800만 원)를 사들인 가맹점이 절반, 중고기계(500만 원 선)를 구입한 곳 절반으로 단순 계산해도 지난 1년여 동안 최소 325억 원의 대구 자금이 서울로 유출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국 6만여 대의 불법 게임기 단계별 압수에 착수, 업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업주들은 "제조사의 불법 기계변조 사실을 모른 채 법정 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 통과만 믿고 기계를 구입했다."며 "검찰이 기계를 압수해 길거리에 나앉으면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때문에 업주들만 수백억 원의 돈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서울에 있는 19개 문화상품권 발행업체들이 대구 게임장에서 받아 간 상품권 수수료 수입도 만만찮다.

오락기 1대가 벌어들이는 하루수입은 많으면 2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상품권 수수료는 5천 원권 1장당 30원(액면가의 0.6%). 상품권 발행사는 50대규모의 오락실 1곳마다 한달 180만 원, 1년이면 2천160만 원을 가만히 앉아서 번다. 대구 전체 100개 게임장에서 지난 1년여 동안 21억 6천만 원어치의 수수료를 거둬간 셈.

상품권 발행업자들의 수수료 수입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전국 성인게임장들은 상품권 재사용을 금지한 문화관광부 경품고시를 개정, 상품권 수수료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서울 상품권 발행업자가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이다.

오락실 단속 업무를 맡은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키워준' 바다이야기 1개 업체가 기계판매 및 상품권 유통 등을 통해 불과 1년여만에 500억 원 이상의 지역자금을 걷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눈깜짝할 사이에 남구청 1년 예산의 절반이 서울로 가버렸다."고 한탄했다.

경륜장, 경마장 수익금의 역외유출도 성인오락실 못잖다. 창원경륜공단이 달서구 월배신도시 한 예식장에 계획하는 TV경륜장. 대구 달서구청은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다."며 TV경륜장 저지를 위해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의 70%가 고객경품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30% 가운데 구청과 대구시 수입은 각각 0.15%와 7.85%에 불과하다. 그러나 창원 경륜공단과 중앙정부는 레저세 및 지방교육세의 절반(8%)과 농어촌특별세(2%), 발매 수득금(12%=운영비+각종 기금) 등으로 22%나 가져간다는 것.

실제 대구 달성군 가창 TV경마장에서 지난 한 해 벌어들인 777억 원 중 달성군 수입은 고작 11억 원. 레저세 및 지방세의 절반, 농어촌특별세, 운영비 및 법인세, 경마발전적립금 등으로 경마장이 위치한 경기도나 정부에 빠져 나가는 돈은 매년 100억원 안팎에 이르는 실정이다. 재주 부리는 사람 따로 있고, 수입 챙기는 사람 따로 있는 구조인 셈.

대구시 및 구·군청 관계자들은 "지방세 수입보다 주민 사행성 조장, 교통혼잡 같은 손해가 훨씬 크다."며 도박공화국을 조장해온 현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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