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탈속

사람마다 한세상 살아가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萬古(만고)에 빛된 존재로 남는가 하면, 어떤 이는 영원한 어두움 속에 내버려진다. 더러는 영화 같은 삶으로, 또 더러는 평범한 사람들로선 이해조차 힘들 만큼 독특한 삶을 살아간다.

러시아의 수학 천재 그리고리 페렐만의 사는 모습 또한 남다르다. 100만 달러(약 10억 원) 상금이 걸린 수학 難題(난제)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고도 종적을 감췄던 사람. '수학의 노벨상'격인 필즈상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지만 본인에겐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페렐만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어머니 아파트에 얹혀 살고 있었다. 한 수학연구소에서 해고된 뒤 세상과 단절한 채 어머니의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살고 있다 한다.

가난한 실업자임에도 페렐만은 엄청난 거액의 상금도,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천재 은둔자를 향한 세상의 찬사에 "내가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며 무심하다. 하긴 난다긴다하는 천재들도 못 푼 문제를 유명 학술지에 발표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린 것만 봐도 세속적 성공과는 한참 멀다.

저마다 '돈'과 '명예'의 노다지를 찾느라 혈안이 된 세상이다. 최근 팔순 노부모를 냉방에 방치해 결국 아버지를 얼어죽게 한 비정의 아들도 事端(사단)은 재산문제였다. 대학 못간 둘째에게 회사를 물려줬다고 형제 셋이 죄다 부모와 義絶(의절)했던 터에 이런 패륜마저 발생했다. 재물 앞에선 天倫(천륜)도 가차없이 끊는 흉흉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페렐만, 그는 왜 스스로 숨어버린 걸까. 그 깊은 속이야 알 수 없지만 여하튼'너 죽자 나 살자.'식 俗物(속물)들이 드글거리는, 정글 세상에서 먹구름 사이 한줄기 햇빛처럼 신선해 보인다.

2천여 년 전, 漢文帝(한문제)때의 정치가이자 문인 賈誼(매의)가 남긴 말은 오늘날에도 틀림이 없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재물을 얻기 위해 죽고, 의로운 선비는 이름을 위해 죽는다. 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권세를 위해 죽으며, 보통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만 급급하다."

脫俗(탈속)의 경지는 못 되더라도 적은 것에 기꺼워할 줄 아는 少欲知足(소욕지족) 정도는 익혀야 하리라.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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