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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한국음악의 개념

서양음악인 양악과 한국전통음악인 국악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한국음악을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악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양악의 역사는 불과 10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음악 인구의 대부분은 서양음악에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국악과 양악이라는 독립된 두 개의 음악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며 이 두 개의 음악은 한국음악을 정의하는 데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 즉 존재하는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음악의 도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국민주의를 주장함으로써 19세기 말부터 그 갈등을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경향을 후기 낭만주의의 중요한 특징으로 서양 음악사는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작곡가들도 국민주의 입장을 옹호하며 국악과 양악이라는 두 개의 음악을 하나의 음악으로 묶어 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국민주의의 성공적인 결과에 반해 한국 국민주의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소재가 되는 음에 있다고 생각된다.

국악에서 사용되는 음은 유동하는 음이고 서양음악에서 사용되는 음은 고정되어 있는 음이다. 서양의 국민주의는 같은 재료의 음을 사용했기 때문에 서양 음악과 자국의 민속음악을 쉽게 결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주의는 음 소재의 이질적인 문제로 인해 두 개의 음악을 쉽게 결합시킬 수 없다.

한국 국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 유럽 국민주의와 다른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방법은 국악의 음악적 특징과 사회, 종교적 배경을 파악, 재창조에 응용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장인굴곡, 어단성장, 3박자 계열의 리듬 등 국악의 대표적 특징이 이미 알게 모르게 서양음악기법으로 작곡된 인기 한국가곡에 나타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화란 고정 불변의 상태가 아니며 계속적으로 변천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며 한국음악을 정의하는데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음악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 발전하는 상태로, 일원적인 상태가 아닌 다원적인 상태로 파악되어야 하며 국악과 양악이라는 양친에게서 태어난 새로운 개체의 독립된 음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영기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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