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등사·회암사 문화재소송…각기 다른 판결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소속 말사인 경기 가평군 하면 하판리 산 163번지 소재 현등사(주지 초격 스님)가 재단법인삼성문화재단(사장 한용외)을 상대로 제기한 현등사 삼층석탑 사리구에 대한 반환소송에서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7월 21일에 나온 이 재판 판결 선고문은 고려 후기에 창건되었다가 1470년 개수될 때 탑 안에 헌납된 현등사 석탑 사리구가 삼성문화재단 소유임을 인정했다. 지금의 대한불교조계종 말사인 현등사가 비록 명칭은 같지만 현등사 삼층석탑이 수리되던 그 시대, 즉, 조선 초기의 현등사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피고인 삼성문화재단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그런데 이와 매우 흡사한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2월 1일 의정부지법 제12민사부에서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 회암사(경기 양주 소재)가 국가(문화재청이 소송대리)를 상대로 제기한 회암사 터 출토 유물 환수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 문화재청(국가)이 국가 소유로 처리한 회암사 터 출토유물이 현재의 회암사라는 절 소유이므로 이를 돌려주라고 한 것이다.

이 재판에서 문화재청은 삼성문화재단이 현등사에 대해 내세운 것과 거의 똑같은 논리로 맞섰다. 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원고(지금의 회암사)는 조선 후기에 완전히 폐사된 구 회암사와 관련 없이 최근에 새로이 만들어진 사찰이므로, 구 회암사와 연관되어 있는 이 사건 문화재의 소유자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회암사가 고려시대에 창건되어 고려말-조선초기에 왕실사찰로 번성했으며,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출토된 문화재 대부분이 그 시대에 남겨진 것들인 반면, 지금의 회암사와 그 시대 회암사는 이름과 장소가 같을 뿐, 아무런 계승 관계가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반박 요지였다.

하지만 이런 문화재청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법원은 "원고(현재의 회암사)가 오래 전부터 선각왕사비, 석등, 당간지주, 삼화상 부도 등에 대하여 소유권을 행사해온 것이 누구로부터 매수하거나 증여받은 등의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 회암사와의 동질성 내지 그 계승자임을 사회적, 지역적, 문화적으로 승인받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회암사 출토유물과 현등사 석탑 사리구가 관련된 두 사건은 잇따르고 있는 문화재 관련 소유권 쟁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문화유산계의 중론이다. 국가가 관련된 문화재 관련 소송을 전담하는 문화재청 재정기획관실 관계자는 "현등사와 회암사의 판결은 언뜻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이 다르게 판결했다고 볼 수 있으나, 개개 사찰이 처한 역사가 다를 수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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