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1조'압수조'는 일사불란하게 압수 진행

23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의 바다이야기 한 가맹점. 10여 명의 경찰이 게임기 압수에 들어가자 게임을 하고 있던 6, 7명의 손님들은 부랴부랴 게임장을 떠났다.

앞선 경찰관이 게임기를 열면 그 다음 경찰관은 드라이버로 하드디스크를 분리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노란색 압류 딱지를 만들어줬고, 다른 경찰관은 압류 딱지를 하드디스크에 붙인 뒤 상자에 담았다. 4인1조로 구성된 '압수조'는 일사불란하게 압수를 진행했다.

이들이 지날 때마다 게임기의 주둥이는 벌어졌고, 20초 사이에 하드디스크가 분리돼 압수상자에 담겼다. 20분쯤 지나자 60대의 게임기 하드디스크는 모두 떼어졌고 푸른색 압수상자는 가득 찼다.

구슬땀을 흘리며 드라이버를 돌리던 단속경찰관은 "이전에 불법 사행성PC방 단속을 워낙 많이 해봤기 때문에 드라이버 돌리는 솜씨는 일품"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곳 업주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몇 달간 이곳에서 '바다이야기'에 빠져 살다시피했다는 한 60대 남자는 "이렇게라도 게임을 못하게 된 게 오히려 잘됐다."며 경찰방문(?)을 환영하기도 했다.

압수경찰관들은 이어 대구 동구로 발길을 옮겼다.

경찰이 동구의 바다이야기 한 가맹점 문을 열자 직원들이 막아섰다. "허가 내줄 때는 언제냐?" "할복이라도 하란 소리냐?"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경찰은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오락기 해체에 들어갔고 이내 하드디스크가 압수상자에 담겼다.

단속 경찰들 사이로 바다이야기 가맹점의 여직원들도 바삐 움직였다. 이들은 게임기에 들어있는 상품권을 회수하기 위해 오락기 밑동을 열었다. 영업이 사실상 좌절된 상황에서 상품권이라도 건지겠다는 것.

이때 3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경찰관 한 명과 마주하고 있었다. "여기 보이시죠. 서명하시면 됩니다."

남자는 펜을 들고 서명란을 한참 응시하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류에는 '불법 하드디스크 소유권 포기 서명란'이라 적혀 있었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서명을 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대구 수성구, 동구 외에도 북구 복현동, 남구 대명동, 달서구 본리동 바다이야기 가맹점에서 300여 개의 하드디스크를 압수했다. 압수를 지휘한 장호식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은 "사행성이 큰 오락실은 모두 단속돼 기계를 압수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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