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톡톡튀는' CEO가 회사에 꼭 도움될까

'무대에서 춤을 추거나 소리지르기',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기' '비키니 미인들과 샴페인 마시기'

언뜻 할리우드 배우나 록 가수 등을 연상시키는 장면 같지만 요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보여주는 기묘한 행태들이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23일 와이셔츠 깃을 빳빳하게 세운 기업체 보스들의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할리우드 스타나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선수의 '튀는' 모습을 찾기는 힘들지만 요즘 CEO 들의 풍속도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기업체들이 CEO에게 좋은 기업 지배구조 구축과 건실한 이익 외에 브랜드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높일 것도 아울러 요구하는 듯 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청량음료 업체인 펩시가 최근 전자 기타를 연주하곤 하는 인도 출신 여성 인드라 누이(50)를 새 CEO로 전격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또 어떤가. 발머가 몇 년 전 수천 명의 직원들 앞에서 무대 위에 올라 고막을 찢는 듯한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사운드 트랙을 배경으로 춤을 추면서 "나는 이 회사를 사랑한다"고 소리를 지른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어떤 CEO는 자신을 회사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로 부각시켜 'CEO와 회사는 일심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사례도 있는데 영국의 세계적인 복합기업 버진(Virgin) 그룹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경(卿)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버진'과 동의어처럼 돼 있는 브랜슨은 최근 벌거벗은 여성 여러 명과 뜨거운 욕조 속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인터넷 광고에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톡톡 튀는' CEO이 모습이 과연 비즈니스의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는가.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매니지먼트 투데이'의 마이크 휴잇은 "단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브랜슨은 자신의 개인 이미지를 지렛대로 회사 가치를 엄청나게 높이는 대단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CEO나 소유주가 나쁜 짓을 하거나 순리를 거스르면 상황이 급전직하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손에 회사 브랜드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큰 전략"이라고 그는 말했다.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도 성공한 CEO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있다. 휴잇은 영국 다국적 할인점 체인 테스코의 CEO 테리 리히경(卿)을 그런 경우로 꼽았다. 리히경은 언론 등에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데도 테스코를 생산성이 높은 대표적인 회사로 키웠다는 것.

휴잇은 '튀지 않는' CEO가 오히려 '긍정적인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체들도 있다며 테스코에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 리히경에 대해 "그는 요란스럽지 않으며 자신을 식품잡화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보석판매점 '라트너스'를 경영했던 제럴드 라트너를 보면 '톡톡 튀는' 보스가 항상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1년 한마디의 농담으로 10억여 달러를 날린 라트너의 사례는 지금도 반면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자기 회사 제품을 소개하면서 "은도금 쟁반에 셰리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유리잔 6개와 포도주 병 등 일습이 단돈 4.95 파운드"라며 "사람들이 어떻게 이처럼 싸게 팔 수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몽땅 쓰레기'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는 조크를 던졌다.

이 조크로 '라트너스'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라트너는 결국 쫓겨났다. 문제의 실언 때문에 '라트너스' 가게는 결정타를 맞았다. 라트너는 "일생일대의 실수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몇 년에 걸쳐 쌓아온 선행의 토대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며 "그것은 정말이지 값비싼 조크였다"고 말했다.

몇 년 후 라트너는 인터넷 보석 사업을 시작했는데 문제의 농담을 통해 얻은 '악명' 덕택에 이 사업이 번창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로 받아들여진다. 가트너는 "당신의 개성을 내세워 브랜드를 창출하려는 것은 위험한 게임으로,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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