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청년비엔날레 운영위원

막바지 더위가 한창인 22일, 계명대 성서캠퍼스 운동장에선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운동장 한쪽으로 마련된 작업장에서는 일련의 사람들이 뙤약볕 아래서 전기톱을 들고 대리석을 깎아내고 다듬고 있다. 보호경을 쓴 사람은 용접봉을 들고 불꽃을 튀기며 용접에 열중하고 있다. 학생들과 이웃 주민들은 작업장을 어슬렁거리며 이들의 작업을 구경하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하나 둘씩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한국 작가 12명과 외국 작가 10명이 한자리에 모여 보름간 공개적으로 조각작업을 하며 상호 교류의 장을 펼치는 '국제조각심포지엄' 현장이다. 지난 16일부터 계명대 기숙사에 숙소를 잡은 이들은 8월 대구의 무더위와 주말의 폭우와 싸우며 각자의 작업을 묵묵히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국내 작가는 물론 세계적인 조각심포지엄에 참가해 이름이 알려진 외국 작가 22명을 '2006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부대행사가 열리는 대구에 모은 것은 바로 비엔날레 운영위원 3인이다. 대구청년작가회 회장이자 비엔날레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는 김재성(37) 씨, 상임운영위원으로 국내 작가 추천을 맡은 최병양(43) 씨, 국외 작가 추천을 맡은 커미셔너 황승우(46) 씨 등이다.

황 커미셔너는 특히, 이탈리아에서 조각을 공부하며 활동한 이력이 있어 주로 유럽 출신들인 작가들을 찾아내 대구로 모셔오기까지 1등 공신. 최 위원의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은 이번 조각심포지엄 주재료로 쓰이고 있는 이탈리아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 카라라의 석산을 찾았다. 미켈란젤로의 작품도 이곳 대리석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1주일간 머물며 직접 돌을 골랐다. 그리고 잘라낸 돌을 운반하고 선적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심포지엄 기획부터 6개월, 본격적으로 준비한 2개월 동안 다른 생활은 놓고 살았다는 세 사람, 그래도 일단 뚜껑을 열고 나니 "작가들끼리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에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없을까? 무엇보다 예산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대구은행과 계명대 각각 9천만 원, 삼성문화재단 1천만 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열릴 수 없었다. "최소 3억 원은 있어야 가능한 행사인지라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록도 안 만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실제 빠듯한 예산으로 행사를 치르기 위한 대책은 여러 가지. 보통 한 달 정도 잡아야 하는 행사를 딱 절반으로 정했다. 행사 취지를 들은 이탈리아 회사 측의 배려로 대리석 원석 지출도 크게 줄였다. 참여 작가들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원석에서 미리 손볼 수 있는 부분은 손을 보고 넘겼고, 숙소도 계명대학교 기숙사로 잡았다. 이마저도 방학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내줘야 해 근처에 숙소를 찾아야 했다.

"이런 불편함에도 행사 취지를 이해하고 기꺼이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대구를 찾아와 준 작가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최 위원은 얘기했다. 황 커미셔너는 이천도자기축제 기간 동안 열리는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을 예로 들었다. "조각공원을 세우려는 장기 프로젝트에 따라 이천시는 3억 원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작가 체재비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황 커미셔너의 설명이다.

최 위원도 "국제조각심포지엄은 적은 투자로 세계적인 작가를 만나보고 그들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거들었다. 각각 10점씩 작품을 갖게 된 대구은행과 계명대는 결과적으로 1점에 3천만 원 이상 가치를 지닌 작품을 900만 원의 헐값(?)에 구매하게 됐다. 단순 계산만 해도 13명의 작가에 3억 원을 지원하는 이천시와 작가 22명에 오로지 민간투자만 되는 대구시의 상황은 너무 극단적이다.

"방법만 찾다가는 안 될 것 같아 일단 판을 벌였다."는 이원희 운영위원장의 말이 뼈있는 농담으로 들려온 까닭이다. 그래도 일상 속 가까이 조각을 가져다 놓은 이들은 "아무쪼록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작업현장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