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를 필두로 성인오락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되면서 압수되는 엄청난 양의 오락기 때문에 검찰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구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사행성 도박장에 대한 단속이 본격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압수된 게임기는 2천여 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들 압수품은 대구지검에 있는 3개 영치창고에 보관됐으나 현재 이들 창고가 포화상태다. 대구지검이 생긴 이래 영치창고에 압수품이 꽉 들어차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4일부터는 창고 앞 복도에도 압수물들을 쌓기 시작했지만 공간이 부족해 급히 임시 창고를 만들고 급기야 경찰서에도 보관토록 긴급 조치를 내렸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거나 검찰이 직접 담당한 사건의 압수품은 검찰에서 보관해야 마땅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
검찰은 앞으로 이들 압수품의 처리도 보관만큼이나 골치 아플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법원의 판단에 의해 몰수된 압수품은 재산 가치가 있을 경우 공매를 하고, 나머지는 폐기나 소각한다. 압수됐다고 하더라도 몰수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이를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번에 압수한 PC 등은 거의 신품이어서 공매를 해도 만만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지만 이를 시중에 내보내면 다시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며 그렇다고 비싼 물건들을 폐기 처분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난감해 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처분은 차후의 일이고 현재는 보관에만도 경황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압수된 오락기를 제외하고도 대구지검에 있는 영치 창고는 만물상을 방불케 한다. 범죄에 사용된 흉기에서부터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안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이번에 압수된 게임기 촬영을 요청하자 회의까지 열어서 공개를 결정했을 정도.
법원이 압수품에 대한 몰수 판결을 내리면 검찰은 값어치가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감정을 거쳐 공매 절차를 밟는다. 가격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응찰률이 10대 1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마약, 가짜 의약품 등은 소각 처리하며 음란 비디오, CD 등은 전문 업체를 통해 파쇄해서 폐기한다.
압수품은 나중에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할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고로 간주되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된다. 영치창고는 관련 직원 외는 들어갈 수가 없다.
범죄에 사용된 모든 물품은 영치창고에서 보관해야 하지만 부득이 은행의 대여금고를 빌리는 경우도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종교단체 인사를 수사할 당시 압수한 장물 수십여 점은 모 은행에 보관해두고 있다.
압수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증거물 또는 몰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물건의 점유를 취득하는 행위로 형사소송법 제106조 및 215조에 명기돼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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