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國遺事(삼국유사)' 첫 장에 우리나라 최초의 고대국가는 '하늘로부터 天符印(천부인) 세 개를 받아 국가를 열었다'는 말이 나온다. 玉璽(옥새)의 역사와 그 상징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천부인'은 하늘의 뜻과 권위를 상징하며, 이를 받았다는 건 하늘의 결재를 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선조의 역대 王(왕)들이 썼던 도장인 옥새는 바로 이런 맥락의 권위를 상징했으므로 '옥새 확보'가 '왕의 관건'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이방원이 이복형제와 개국 공신을 죽이고 王位(왕위)에 오르자 분노를 참지 못해 옥새를 가지고 함흥으로 가 버렸다. 몇 차례 사신들을 죽이며 버티던 이성계는 한양으로 돌아오면서도 격분해 방원의 가슴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방원이 禍(화)를 면하고 목숨을 건지자 '天命(천명)'이라며 옥새를 넘겨줬다. 조선조의 정치사는 옥새 쟁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건 그 정통성의 상징 때문이었다.
◇조선왕조 옥새 중 국새 13개가 모두 분실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반 행정용 옥새 26개 가운데 21개도 사라졌다. 특히 1971년 문화재관리국이 당시 여러 宮(궁)에 흩어져 있던 국새 등 인장을 찍은 책 '고궁인존'을 발행할 때만 해도 조선 최초의 옥새인 '조선국왕지인'이 남아 있었지만, 그 이후 분실돼 버린 것 같다.
◇게다가 '선조계비 금보'는 인장 표면에 녹이 슬고, '선조비 옥보'는 거북 머리가 파손되는 등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어보 316개가 온전한 건 거의 없다니 어이가 없다. 한술 더 떠 국립중앙박물관도 관우를 기념하는 '북묘비'를 명나라 장수 진린의 기념비로 설명하는가 하면, 규장각도 엉터리 설명을 적은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옥새들이 언제, 어떻게 없어져 버렸는지조차 모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韓日(한일) 병합 후 일본이 옥새 8점을 빼앗아 도쿄로 가져갔다 光復(광복) 이후 맥아더 원수를 통해 반환했으나 6'25 한국전쟁 와중에 다시 분실했다가 3점은 되찾은 바 있다. 예로부터 도장은 개개인의 인격과 신분, 권위를 상징하는 貴物(귀물)이다. 더구나 옥새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모두 잃어버리거나 온전한 게 없다는 사실은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라고 본다면 지나치기만 할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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